세계 3위 D램 반도체 업체인 엘피다메모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이에 따른 국내증시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엘피다 사태가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국내 D램 반도체 업체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2000선 안착에 힘겨워하던 코스피지수의 하방경직성을 높여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28일 오전 10시2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38포인트(0.22%) 오른 1995.54를 기록 중이다.

반도체주가 속한 전기전자 업종이 1.81% 상승, 전 업종 중 가장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하루 만에 반등했고, 하이닉스도 6% 넘게 강세를 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엘피다의 법정관리 신청 이슈는 국내 D램 반도체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 모멘텀인 동시에 투자심리에도 긍정적인 뉴스라고 평가했다.

송종호 대우증권 연구원은 "현재 엘피다의 부채 규모는 4480억엔에 달하고 올 4월까지 920억엔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지만 실질적인 보유 현금은 약 500억엔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엘피다의 파산 신청은 차입금 2조3000억엔에 달한 2010년 재팬에어라인 이후 두번째로 큰 규모고, 특히 일본 제조업체로선 가장 큰 규모의 파산 신청이란 점에서 파급 효과가 상당히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국내 증시에도 일부분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부진으로 전 세계 정보기술(IT) 수요가 부진한 현 시점에서 엘피다란 경쟁자의 사망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 과점 기업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추가 부여할 수 있는 요인"이라며 "시장 측면에선 하방경직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장화탁 동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엘피다 사태로 반도체주들이 긍정적인 흐름을 보인다면 증시의 다운사이드(하락) 리스크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10년 토요타 리콜 사태로 자동차주들 주가가 강세를 보였듯, IT주가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김순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엘피다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글로벌 기업간 치킨게임에서 도태, IT 업종이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라며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2010년 일본 토요타의 리콜 사태로 반사이익을 입으며 주가가 상승가도를 달린 바 있는데, 엘피다 사태도 유사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IT, 특히 반도체주의 경우 다른 업종 대비 양호한 주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오 팀장은 "주도주의 조건 중 하나인 산업 내 독점적인 경쟁력을 IT주들이 공고히 하고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올 상반기까지 IT주의 주도주 지위는 유지될 것"이라며 "IT주들이 연초부터 상승, 가격 메리트가 덜한 부분이 있지만 추세적인 우상향 흐름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 IT업체들이 곤경을 겪고있는 분야가 반도체 뿐 아니라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방위적이란 점에서 이번 사태가 국내 IT주들에 전반적으로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최근 이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유가 문제가 IT주 및 국내 증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한다는 조언이다.

박 팀장은 "국제 유가가 하락보다는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소비 사이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IT주와 증시에 부담 요인이 될 것"이라며 "엘피다 파산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왔던 이슈란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