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은 28일 세계 3위의 D램 제조업체 엘피다메모리의 파산보호(법정관리) 신청이 D램 가격 상승과 반도체 산업의 슬림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삼성전자하이닉스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엘피다는 전날 도쿄 지방 법원에 파산보호(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재 엘피다의 부채규모는 4480억엔(56억 달러)에 달하며 4월까지 920억엔의 차입금을 상환해야 하나 실질적인 보유 현금은 약 500억엔에 불과한 상황이다. 2011회계연도 3월말 기준으로 자본금은 2360억엔, 총 자산은 8790억엔, 순자산은 3560억엔이다.

송종호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엘피다의 히로시마 공장(생산규모 월 12만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D램 물량에 대한 판매 소진 과정에서는 D램 수급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제한적인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적으로 D램 현물 가격의 급상승 현상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1~2주 내에 재차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송 애널리스트는 그러나 단계적인 생산 감축 과정에 돌입, 1~2분기 내에 히로시마 공장의 일부가 (매각을 위해) 가동이 중단된다면 하반기 글로벌 D램 생산능력의 약 5% 이상 축소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엘피다가 64%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인 렉스칩(R1 라인)의 경우 현재 생산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현재 렉스칩 R1라인의 생산 규모는 월 8만장이다.

그는 하반기 가동 계획이었던 R2 라인에 대해서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며 히로시마 공장의 장비를 이전해 하반기에 계획대로 가동될 가능성, 히로시마 공장의 장비 매각과 함께 당분간 가동이 지연될 가능성을 들었다.

송 애널리스트는 "엘피다의 파산 신청 이후 구조 조정의 진행을 지켜봐야겠으나 현재로서 히로시마 공장에 대한 단계적인 생산 감축과 매각 추진이 유력할 것"이라며 "이는 2분기 이후 글로벌 D램 수급에 실질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특히 하반기로 접어들며 울트라북 등 D램 수요 개선 증가와 맞물릴 경우 엘피다의 구조 조정은 D램 가격의 본격적인 상승을 가져올 수 있는 일종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엘피다의 파산 신청은 단기적으로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와 같은 선두권 D램 업체들의 주가 상승을 가져올 변수일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D램 산업 슬림화 과정을 통해 선두권 D램 업체에 구조적인 수혜를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변수로 판단했다.

2009년 초 키몬다가 파산 신청을 했을 당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는 각각 10.5%, 15.0% 상승한 바 있다. 송 애널리스트는 "순수 메모리업체인 하이닉스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키몬다 파산 신청 한달 이후 하이닉스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26%에 달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