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지수(VIX)가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반영해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는 일반적으로 주가와 반대로 움직이지만 최근에는 같은 방향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주간(2월8~22일) VIX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냈다”고 27일 보도했다. 이 기간 VIX는 2%가량 올랐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역시 0.7% 상승했다.

미 시카고옵션거래소(CBOE)는 1993년부터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예측하기 위해 VIX를 제공하고 있다. 이 지수가 상승세를 나타내면 투자 심리가 불안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VIX가 높으면 주가는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일 것으로 예상해 투자자들이 주식 매수를 꺼리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VIX와 주가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올해 전체 거래일 중 3분의 1 이상이 두 지수가 함께 움직였다. 지난해 함께 움직인 날은 5분의 1에 그쳤다. 이에 따라 VIX가 주가 예측 기능을 상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VIX를 보고 투자 방향을 정했던 투자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마크 세바스찬 옵션피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례적인 현상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며 “공포지수가 상승하는데 주가도 함께 오르는 것은 태풍의 눈에 있는 것과 같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에서 주식거래량이 크게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