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다 외면받던 민자기숙사, 이젠 '바늘구멍'
오전 6시50분, 대학생 김모씨(26·정보통신전자공학부)는 일어나자마자 기숙사 지하의 헬스장으로 향했다. 방학 중에는 기숙사생들에게 무료로 개방돼 외국인 교환학생을 포함해 10여명이 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있었다. 1시간가량 운동을 하고 건물 내 편의점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아침을 해결했다. 오전 11시, 그는 건물 내 다목적실에서 취업준비생들과 스터디 모임을 갖고, 토익과 한자 공부를 위해 지하 자율학습실로 향했다. 그는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기숙사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며 “한 달에 32만원을 내지만 주변 원룸 전월셋값보다 싸기 때문에 기숙사에 사는 데 만족한다”고 말했다. 오후 6시30분, 그는 기숙사 요가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기숙사에서 하루 일과를 마무리했다.

한때 ‘비싸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외면을 받았던 민자기숙사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숭실대 민자기숙사에 사는 김씨처럼 다양한 편의시설을 잘 활용하기도 하고, 치솟는 대학가의 월세비용을 줄이려는 학생이 늘고 있다.

24일 각 대학에 따르면 숭실대 민자기숙사(레지던스홀)는 이번 학기 840명 모집에 1739명이 몰려 2.0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개관 초기 지원하는 학생이 적어 방이 비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서강대 민자기숙사(곤자가국제학사)에는 890명 모집에 2020명의 학생이 지원, 2.2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일반 기숙사 경쟁률이 1.29 대 1인 것과 비교가 된다.

3078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국대에도 6000명이 넘게 지원하는 등 서울 주요대학의 민자기숙사는 대부분 2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강대생 이영근 씨(20)는 “지난해까지만해도 기숙사에 지원하면 모두 입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성적이 좋고 지방에 사는 학생들만 가능해졌다”며 “올 들어 기숙사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했다.

민자기숙사의 인기 요인은 뭘까.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원하는 각종 편의시설과 민간회사의 기숙사 운영 ‘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분석한다. 서강대 기숙사에는 기도실 패스트푸드점 서점에 안경점 꽃집 약국 편의점 PC실까지 있어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웬만한 일을 해결할 수 있다. 숭실대는 기숙사 내에서 요가, 케이크 만들기, 영어 회화 프로그램 등을 운영, 학생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건국대는 식비를 일괄적으로 판매하지 않고 학생이 원하는 횟수만 판매하는 등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으로 운영한다.

거침없이 오른 대학가 전·월셋값도 민자기숙사 인기 요인이다. 최근 신촌 등 대학가 부근 원룸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0만원을 내야 구할 수 있다. 이전에는 보증금을 2000만~3000만원 정도 내면 월세를 많이 낮출 수 있었지만 최근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이도 힘들어졌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