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릭스 은행' 설립 속도낸다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추진 중인 국제은행 설립 작업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이어 세계은행 총재 자리도 선진국에 돌아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서둘러 은행 설립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독자적인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인도와 브라질 정부 관료의 말을 인용, “브릭스 국가들이 25~26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브릭스 은행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24일 보도했다. 이어 다음달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계획이다.

브릭스 5개국은 작년 4월 브릭스 은행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브릭스 국가들 간 금융 협력을 강화하고 다른 신흥국을 지원하는 게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후 주춤하던 브릭스 은행 설립 추진에 속도가 붙은 것은 IMF와 세계은행 총재 결정 과정에서 이들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르드가 IMF 총재에 선출됐다. 당시 브릭스는 IMF 총재는 신흥국 출신이 맡아야 한다며 아구스틴 카르스텐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를 지원했다. 오는 6월 말 퇴임하는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 후임도 미국 차지가 될 것이 유력하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 로렌스 서머스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브릭스 등은 미국과 유럽이 70여년 동안 세계은행과 IMF 총재 자리를 나눠먹기 식으로 독점하고 있는 데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의 한 정부 관료는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IMF와 세계은행을 주도하는 선진국들이 충분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브릭스 은행 설립을 추진하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브릭스는 은행을 세울 만한 자산도 충분하다. 브릭스 국가들이 금융위기 이후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대외준비자산을 급격하게 늘려왔기 때문이다. 대외준비자산이란 한 나라가 대외결제에 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금, 특별인출권(SDR), 달러 파운드 등 외화를 포함한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