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보드산업' 리더 동화기업… MFB로 '주거공간 혁명' 이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Cover Story - 동화기업
후방산업 침체 극복 비결
보드제조→가구→건설…B2B사슬 깨고 고객군 확대
64년 DNA'도전·최초'
가공보드 해외시장 진출…3년내 매출 5500억 자신
후방산업 침체 극복 비결
보드제조→가구→건설…B2B사슬 깨고 고객군 확대
64년 DNA'도전·최초'
가공보드 해외시장 진출…3년내 매출 5500억 자신
2009년 말 대우건설 본사에 국내 굴지의 가구회사와 건자재 업체 영업사원들이 모여들었다. 대우건설이 신축 아파트에 쓸 각종 가구 자재와 디자인 패턴을 선정하는 프레젠테이션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그 자리에는 뜻밖에 동화기업의 특수영업팀인 스펙인팀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신축 아파트에 대한 가구 자재 공급은 가구사와 건자재업체 몫이었기에 목재회사인 동화기업 직원들은 불청객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올 하반기 입주 예정인 부산 다대지구 푸르지오 아파트 972가구에 들어갈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자재 공급 업체로 동화기업이 뽑힌 것이다. 보드업체가 건설사에 자재를 직접 납품하는 첫 사례였다. 가구회사나 건자재업체를 상대로 파티클보드(PB)와 중밀도섬유판(MDF) 등을 판매하던 동화기업이 건설사를 고객으로 끌어들인 비결은 멜라민 페이스드 보드(MFB). PB나 MDF의 표면에 무늬와 패턴을 넣은 MFB 덕분에 부가가치를 높인 것은 물론 외국산 공세에도 국내 보드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동화기업이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재값 급등이라는 악재 파도를 헤쳐가며 순항하고 있다. 친환경과 도전정신이라는 갑옷으로 중무장한 덕분이다.
○영업 패러다임을 바꾸다
동화기업 스펙인팀의 수주 성공은 관련 산업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가구와 인테리어 차별화를 모색하던 건설사들의 입맛에 맞는 디자인과 패턴을 제시했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관련 산업의 영업 패러다임을 일거에 바꿔 놓았기 때문이었다.
가구 자재의 최종 소비자인 건설사에 직접 MFB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설득함으로써 신규 수요를 창출해낸 것이었다. 보드 제조사→가구사→건설사로 이어지는 기업 간(B2B) 거래 관계의 사슬을 과감하게 탈피, 고객군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의 이재선 스펙인팀장은 “가구 자재인 보드에도 아파트 브랜드 고유의 특화 패턴이 필요하다는 건설사의 니즈를 재빠르게 파악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도전 정신으로 업계 주도
이런 역발상은 64년의 역사를 가진 동화기업이 국내 보드 시장 1인자로 우뚝 서게 된 DNA이기도 했다. 국내 최초 PB공장 준공(1960년), 국내 최초 MDF공장 준공(1986년) 등 동화기업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우여곡절도 겪었다. 1986년 MDF공장을 준공했지만 국내에는 이 제품을 찾는 곳이 없었다. 유럽 등에서는 차세대 제품으로 각광받았지만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데다 가격도 비싼 탓이었다. 판매는 부진했고 재고는 쌓여만 갔다. 공장 가동 4개월이 지나자 재고 물량이 창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아 야적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MDF 수요는 오래지 않아 폭발했다. 원목 가격이 뛰면서 3분의 1 가격이면서도 내구성과 가공성이 뛰어난 MDF의 장점이 부각된 덕분이었다. 당시 인천 공장 주변에는 MDF를 실으려는 트럭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기도 했다. 김홍진 동화기업 대표는 “MDF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대표적 사례”라며 “이때부터 쌓은 보드 기술력이 바탕이 돼 올해 베트남 합작 공장 준공 등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5년 매출 5500억원 목표
동화기업은 지난해 42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매출 55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신규 성장동력은 가공보드인 MFB 사업에서 찾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800억원 수준이던 MFB 매출이 2015년에는 15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주력 사업 비중을 PB와 MDF에서 MFB로 점진적으로 옮겨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근 영업조직도 개편했다. 그동안 PB, MDF, MFB 등의 제품 조직을 따로 운영해 왔으나 최근 통합했다. 김 대표는 “주력 제품을 함께 취급하다 보면 다양한 영업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며 “체계적이고 협업적인 조직 운영으로 성과를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화기업은 수입산 PB를 많이 쓰는 사무용 가구 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 대형 사무용 가구업체 중심으로 국산 PB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다”며 “올해는 사무용 가구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과 디자인으로 불황 정면 돌파
동화기업이 MFB를 전략 품목으로 육성하려는 것은 보드에 대한 친환경 요구가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 가구 제품의 유해 물질 방출을 규제하는 안전 기준이 시행 중이고, 실내 공기질 관리에 대한 기준도 강해지는 등 친환경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오히려 사업 기회를 확장할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판단이다. 친환경 분야에 강점이 있는 데다 MFB가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 조달시장에서는 PVC 사용을 이미 규제하고 있다. 보드산업에는 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디자인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가구는 사무용 가구, 주방가구, 붙박이장 등 품목이 다양하고 문짝 몸통 선반 뒤판 등 용도별로 갖가지 색상과 패턴의 표면 마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MFB의 색상과 패턴이 가구의 디자인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동화기업의 분석이다. MFB 디자인 전담부서를 신설,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질감과 패턴 제품을 내놓고 있다. MFB가 친환경과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김 대표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회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 MFB를 공급하고 있다”며 “앞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품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올 하반기 입주 예정인 부산 다대지구 푸르지오 아파트 972가구에 들어갈 주방 가구 및 붙박이장 자재 공급 업체로 동화기업이 뽑힌 것이다. 보드업체가 건설사에 자재를 직접 납품하는 첫 사례였다. 가구회사나 건자재업체를 상대로 파티클보드(PB)와 중밀도섬유판(MDF) 등을 판매하던 동화기업이 건설사를 고객으로 끌어들인 비결은 멜라민 페이스드 보드(MFB). PB나 MDF의 표면에 무늬와 패턴을 넣은 MFB 덕분에 부가가치를 높인 것은 물론 외국산 공세에도 국내 보드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동화기업이 건설경기 침체와 원자재값 급등이라는 악재 파도를 헤쳐가며 순항하고 있다. 친환경과 도전정신이라는 갑옷으로 중무장한 덕분이다.
○영업 패러다임을 바꾸다
동화기업 스펙인팀의 수주 성공은 관련 산업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가구와 인테리어 차별화를 모색하던 건설사들의 입맛에 맞는 디자인과 패턴을 제시했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관련 산업의 영업 패러다임을 일거에 바꿔 놓았기 때문이었다.
가구 자재의 최종 소비자인 건설사에 직접 MFB의 장점을 부각시키고 설득함으로써 신규 수요를 창출해낸 것이었다. 보드 제조사→가구사→건설사로 이어지는 기업 간(B2B) 거래 관계의 사슬을 과감하게 탈피, 고객군을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의 이재선 스펙인팀장은 “가구 자재인 보드에도 아파트 브랜드 고유의 특화 패턴이 필요하다는 건설사의 니즈를 재빠르게 파악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도전 정신으로 업계 주도
이런 역발상은 64년의 역사를 가진 동화기업이 국내 보드 시장 1인자로 우뚝 서게 된 DNA이기도 했다. 국내 최초 PB공장 준공(1960년), 국내 최초 MDF공장 준공(1986년) 등 동화기업에 ‘최초’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우여곡절도 겪었다. 1986년 MDF공장을 준공했지만 국내에는 이 제품을 찾는 곳이 없었다. 유럽 등에서는 차세대 제품으로 각광받았지만 국내에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데다 가격도 비싼 탓이었다. 판매는 부진했고 재고는 쌓여만 갔다. 공장 가동 4개월이 지나자 재고 물량이 창고를 가득 채우고도 남아 야적해야 할 정도였다.
하지만 MDF 수요는 오래지 않아 폭발했다. 원목 가격이 뛰면서 3분의 1 가격이면서도 내구성과 가공성이 뛰어난 MDF의 장점이 부각된 덕분이었다. 당시 인천 공장 주변에는 MDF를 실으려는 트럭 행렬이 길게 늘어서 있기도 했다. 김홍진 동화기업 대표는 “MDF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대표적 사례”라며 “이때부터 쌓은 보드 기술력이 바탕이 돼 올해 베트남 합작 공장 준공 등 글로벌 시장 진출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2015년 매출 5500억원 목표
동화기업은 지난해 427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15년 매출 55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신규 성장동력은 가공보드인 MFB 사업에서 찾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800억원 수준이던 MFB 매출이 2015년에는 15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향후 주력 사업 비중을 PB와 MDF에서 MFB로 점진적으로 옮겨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근 영업조직도 개편했다. 그동안 PB, MDF, MFB 등의 제품 조직을 따로 운영해 왔으나 최근 통합했다. 김 대표는 “주력 제품을 함께 취급하다 보면 다양한 영업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며 “체계적이고 협업적인 조직 운영으로 성과를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화기업은 수입산 PB를 많이 쓰는 사무용 가구 시장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 대형 사무용 가구업체 중심으로 국산 PB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다”며 “올해는 사무용 가구 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하는 데도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과 디자인으로 불황 정면 돌파
동화기업이 MFB를 전략 품목으로 육성하려는 것은 보드에 대한 친환경 요구가 갈수록 거세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해부터 가구 제품의 유해 물질 방출을 규제하는 안전 기준이 시행 중이고, 실내 공기질 관리에 대한 기준도 강해지는 등 친환경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오히려 사업 기회를 확장할 것이라는 게 이 회사의 판단이다. 친환경 분야에 강점이 있는 데다 MFB가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나 조달시장에서는 PVC 사용을 이미 규제하고 있다. 보드산업에는 호재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디자인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가구는 사무용 가구, 주방가구, 붙박이장 등 품목이 다양하고 문짝 몸통 선반 뒤판 등 용도별로 갖가지 색상과 패턴의 표면 마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MFB의 색상과 패턴이 가구의 디자인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동화기업의 분석이다. MFB 디자인 전담부서를 신설, 디자인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질감과 패턴 제품을 내놓고 있다. MFB가 친환경과 디자인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김 대표는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회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 MFB를 공급하고 있다”며 “앞으로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제품 발굴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