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인턴이라도 제대로
'실버 패키지' 아이디어로 자동차회사 입사 꿈 이뤄
노현철 현대자동차 차체부품구매팀 사원(26·사진)은 기자에게 “기업이 인턴제도를 확대하는 이유는 회사에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토익 점수나 자격증 등 ‘스펙’을 쌓는 데 힘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이 정말로 가고 싶은 회사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실질적으로 그에 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홍익대 기계시스템디자인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차에 입사한 그는 “토익 600점대에 학점도 3.4점”이라며 “입사 준비 학원들이 말하는 스펙 경쟁에서는 다소 밀리는 점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씨는 자신의 ‘진짜 스펙’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회사가 인턴 채용 비중을 늘리는 것은 학점이나 토익 점수를 배제하고 진짜로 회사에서 일을 잘 하는지 알아보려는 것”이라며 “자동차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더 실용적인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그가 공개한 ‘진짜 스펙’은 대학교 3학년 때 홍익대가 독일 아헨공대와 진행한 협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다. 바퀴가 세 개짜리인 전기자전거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현대차도 참여한 산학협력 프로젝트였다. 노씨는 “프로젝트팀이 한 학기 동안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개발해 완성했다”며 “2011년 서울모터쇼에 전시된 것을 보니 보람도 컸고 현대차에 인턴으로 충분히 뽑힐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자동차회사에 들어가고 싶다면 토익학원에 가기보다는 차라리 카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게 그의 얘기다.
지난해 1월 현대차 인턴사원으로 뽑힌 뒤에도 노씨는 ‘회사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재’임을 증명하는 데 집중했다. 그는 근무를 희망한 현대차 구매본부에서 한 달간 일하며 자유 주제로 선정해야 하는 프로젝트를 ‘실버 세대를 위한 새로운 패키지’로 정했다. 노인층 편의 사양을 장착한 패키지를 따로 만들어 시장을 공략하자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노씨는 “노인이 운전하는 도중에 응급 상황이 발생할 것을 대비한 카메라와 센서를 달아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시스템 같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이 프로젝트가 좋은 점수를 받아 정규직으로 뽑혔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