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경수로 폭발로 유출된 방사능이 서울로 유입되고 있다는 ‘루머’를 증권시장에 퍼뜨린 ‘작전 세력’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메신저를 이용한 루머로 주가를 하락케 한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법) 등으로 송모씨(35), 김모씨(19), 우모씨(27)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은 회사원인 이모씨(29) 등 3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1월과 2월 2회에 걸쳐 북한 경수로 폭발 루머와 모 제약사의 백신 개발 루머 등 허위사실을 유포, 증시에서 6100만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우씨, 김씨, 송씨 등 3명은 사전에 치밀하게 공모, 지난 1월 부산의 한 PC방에서 증권사 관계자와 애널리스트 203명에게 ‘미스리’ 메신저로 “북한의 영변 경수로가 폭발해 고농축 방사능이 서울로 유입 중”이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이들은 주가지수가 급변하는 과정에 ‘ELW(주식워런트증권)풋’과 ‘ELW콜’ 상품을 매매해 2900만원 상당 시세 차익을 올렸다. 삼성SDS 직원인 송씨는 자회사인 A사에 파견돼 재무팀장으로 근무하면서 횡령한 회사 자금 20여억원 중 1억3000만원을 작전에 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당일 종합주가지수는 장중 한 때 1824.29를 기록, 전일 종가인 1863.74 대비 4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기도 했다. 우씨와 김씨 등은 2월 초에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모 제약사가 백신을 개발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뒤 주가조작을 감행하기도 했다.

이들은 해당 제약사에 7억4500만원을 투자해 4일 만에 3200만원을 벌어들였다. 대학생인 김씨는 고등학생이던 2010년 주가조작에 나섰다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번에는 작전종목 선정, 유언비어 및 허위기사 내용 작성 등 ‘작전설계자’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유언비어의 사실성을 높이려고 ‘구글번역기’를 사용해 일본어 문장과 경수로 폭발 사진까지 첨부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유언비어가 범람하고 언론보도 대행사의 기업 홍보성 자료가 기사화되는 등 문제가 노출됐다”면서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추가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선주 기자 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