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 "내달 파리서 北 관현악단 지휘…연내 남북공연 기대"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다음달 프랑스 파리에서 북한의 관현악단을 지휘한다.

정 감독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3월14일 파리의 살 플레옐 극장에서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과 프랑스의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합동공연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연은 라디오프랑스필하모닉의 초청으로 진행된다”며 “두 오케스트라가 함께 브람스 교향곡 제1번을 연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브람스 교향곡은 은하수관현악단 단원 70명과 라디오프랑스필 단원 70명이 함께 연주한다. 은하수관현악단은 지난해 9월 정 감독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리허설 연주를 함께했던 악단으로, 3월 공연에선 브람스 교향곡 연주에 앞서 클래식 음악과 다른 장르의 음악이 혼합된 곡도 연주할 예정이다.

은하수관현악단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정 감독은 “지난해 평양에서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을 봤는데 이 중 젊은 연주자가 많은 은하수관현악단이 더 마음에 들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 감독은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은 남북 음악가가 만나서 함께 연주하는 것”이라며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 남북 합동공연을 논의했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어 당장 성사시키기는 어려웠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다음달 열리는 북한과 프랑스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남북 음악가가 만나는 첫걸음이 되길 바란다”며 “지휘는 내가 하고 라디오프랑스필에는 서울시향 단원 4명(외국인)이 있으니 남과 북, 프랑스 연주자의 모임”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에 따르면 3월 공연 외에도 남북 음악가가 만나는 기회가 잇따를 전망이다. 6월에는 남한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북한 솔리스트를 파리로 초청해 한 무대(샤틀레 극장)에 세울 예정이다. 그가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의 여름 공연에도 북한 연주자를 참여시킬 계획이다.

12월로 예정된 서울시향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 연주 때 남북이 자리를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피력했다. 그는 “지금은 정치적 문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제3의 장소에서 남북 음악인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다 보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그는 “클래식이 좋은 것은 정치적인 문제를 잊게 해주기 때문” 이라며 “일단 음악이 시작되면 남북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 감독은 이날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RCO)와 콘서트를 개최했다. RCO와의 서울 공연은 홍콩 상하이 베이징 등을 무대로 한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 일정으로 22일에도 공연된다.

그는 “RCO는 밸런스와 하모니가 잘 맞는 오케스트라로, 음악이 따뜻하고 점잖고 인간적”이라며 “RCO와의 아시아 투어는 이번이 처음인데 이번 투어를 통해 RCO와의 관계가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RCO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자리잡은 것은 (연주실력 외에) 음향이 좋은 홀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서울시향이 더 발전하려면 전용 홀 건립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