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어디까지…삼성전자·현대차에 물어봐!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등 전자와 자동차 업종 대장주를 제외하면 코스피지수가 고평가 영역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면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도 높아져 저가 매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는 아직 저평가돼 있어 추가 상승의 여지가 크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2000 돌파 이후 숨고르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도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주가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코스피, 대장주 의존도 높아졌다

20일 교보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 현대·기아차를 뺀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1.6배로 세 종목을 포함했을 때의 10.5배보다 10%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 종목을 포함했을 때는 2000년 이후 평균인 10.0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세 종목을 제외하면 코스피지수가 이미 고평가 영역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코스피지수 PER이 높은 것은 이들 세 기업의 순이익이 상장사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의 올 예상 순이익은 318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예상 순이익(1050조원)의 30.3%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에 대한 국내 증시 의존도가 높아져 이들 종목의 주가에 따라 코스피지수의 추가 상승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장중 119만4000원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종가는 117만5000원으로 전날보다 0.09% 하락했다. 현대차는 0.45% 오른 22만4000원에 마감해 3거래일 연속 상승했고 기아차는 7만1600원으로 0.56% 떨어졌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전망이 불투명한 것에 비해 연초 주가가 가파르게 올랐다”며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주가가 부진할 경우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머물거나 단기 조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승자효과’ 기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코스피의 PER이 높다는 것은 반대로 이들 세 종목이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시가총액(251조원)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1156조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7%로 이들 기업의 순이익 비중(30.3%)보다 낮다.

글로벌 시장 환경도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에 유리하게 전개돼 일부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비슷한 ‘승자 독식’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업계에서는 세계 4위 D램 업체 일본 엘피다의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해외 경쟁사들이 위기에 처한 것이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2009년 32.5%에서 2010년 37.6%, 2011년 41.7%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김성인 키움증권 IT 총괄 상무는 “PC용 D램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섰고 아이패드3 등이 출시되는 3월부터는 낸드플래시 가격도 반등할 것”이라며 “삼성전자 주가는 하반기 중 150만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1월 중국 시장 점유율은 10.4%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포인트 높아졌다. 미국 시장 점유율도 8.6%로 0.6%포인트 상승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요 시장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현대·기아차는 판매량을 늘리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며 “다음달부터는 신차 출시 효과까지 더해져 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승호/이태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