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車 작년 바닥쳐…신차 대거 선보여 벤츠·BMW 잡겠다"
“2010년 대규모 리콜 때보다 작년이 더 힘들었습니다.”(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도요타 사장)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죠.”(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 “지난해처럼 여러 가지 악재가 한꺼번에 몰렸던 때도 없을 겁니다.”(나이토 겐지 한국닛산 사장)

도요타, 닛산, 혼다 등 일본 자동차 3사의 한국법인 대표들이 털어놓은 지난해에 대한 소회다. 엔고(円高)와 일본 대지진, 태국 홍수가 겹쳤던 지난해는 일본 자동차 업체에 최악의 해였다. 국내에서도 일본 브랜드는 맥을 못췄다.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일본차는 1만9000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시장 점유율도 2010년 26.4%에서 지난해 18%로 줄었다.

올해는 작년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일제히 목표를 높여 잡았다. 도요타, 닛산, 혼다 3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올해 판매목표 합계는 3만3000대. 지난해 판매량보다 70% 증가한 수치다. 각오도 대단하다. 재기를 노리는 국내 일본차 브랜드 CEO들을 만났다.

◆도요타 “벤츠 따라잡는다”

연초부터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곳은 도요타다. 지난달 기존 모델보다 가격을 낮춘 뉴캠리를 내놨다. 반응도 좋다. 나카바야시 사장의 얼굴도 상기돼 있었다.

“현재까지 사전예약을 포함한 전체 계약대수가 1900대를 돌파했습니다. 올해 판매목표가 6000대인데 지금 추세라면 무난하게 달성할 것 같습니다.”

침체된 자동차 내수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다. 하지만 그는 “만족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도요타는 올해 도요타 브랜드 1300대, 렉서스 브랜드 7000대 등 2만대의 판매목표를 세웠다. 작년 벤츠 판매량을 넘어서는 수치다.

나카바야시 사장이 이처럼 자신감을 보이는 이유는 5종의 신차를 투입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수요가 많은 일반 세단 및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뿐 아니라 스포츠카까지 라인업을 확대한다. 이달 초에는 도요타의 대표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 3종을 내놓았다. 2년 만에 디자인이 변경됐다. 기존 1개 모델로 운영했지만 최대 660만원 낮은 저렴한 모델도 추가했다. 다음달에는 렉서스의 GS 신모델을 출시한다.

“렉서스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풀체인지된 4세대 모델로 엔진 성능이 훨씬 좋아졌고 디자인도 젊은층까지 포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어요. 연간 2000~3000대 팔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오는 6월에는 소형 후륜구동 스포츠카 ‘86(하치로쿠)’를 국내에 선보인다. 만화 ‘이니셜D’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탄 모델이다.

“하치로쿠는 4월 부산모터쇼에 처음 공개한 뒤 국내에 출시할 계획입니다. 일반 소비자를 위한 차가 아니다보니 뉴캠리처럼 가격을 낮추긴 어려워요. 럭셔리카는 아니지만 도요타의 직분사 기술과 스바루의 박서엔진이 결합해 엔진과 서스펜션 성능이 최고입니다. 월 50~60대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벤자도 11월 들여온다. 연비가 35.4㎞/ℓ에 달하는 소형 하이브리드카 ‘아쿠아’는 아직 들여올 계획이 없다. “일단 프리우스의 판매 추이를 본 후 결정할 계획입니다. 다양한 차종을 들여오는 만큼 올해는 도요타의 해가 될 겁니다.”

◆닛산 “인피니티 부활 노린다”

한국닛산은 일본차 3개 브랜드 중 지난해 가장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스카 ‘큐브’가 히트를 치면서 지난해 닛산의 판매량(3802대)이 전년보다 7.9% 증가했기 때문. 나이토 겐지 한국닛산 사장은 올해도 큐브가 주력 모델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큐브는 닛산 브랜드의 핵심입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죠. 독특한 디자인, 우수한 공간 활용도를 갖춰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롤 모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큐브의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꾸준히 판매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반면 럭셔리 브랜드인 인피니티는 성적이 저조했다. 인피니티는 지난해 2152대가 팔려 전년 대비 30% 넘게 판매가 줄었다. 한국닛산은 올해 인피니티의 부활을 위해 디젤 차량을 투입한다.

“인피니티가 경쟁해야 할 럭셔리카 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연비가 좋은 디젤 차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죠. 그래서 이달 일본 브랜드 중 최초로 디젤 SUV 모델인 FX30d를 출시합니다. 인피니티만의 퍼포먼스에 연비까지 갖춘 모델입니다. 이를 시작으로 디젤 라인업을 점차 강화할 예정입니다. 인피니티의 문화 마케팅과 F1 레드불 레이싱팀 글로벌 후원도 계속해야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를 고려해 미국에서 생산한 차종도 들여온다. 한국닛산은 상반기 미국에서 7인승 럭셔리 크로스오버 JX를, 하반기에는 닛산의 미국 테네시 공장에서 만든 풀체인지 모델 ‘뉴알티마’를 들여온다.

이와 함께 엔고 극복을 위해 한국산 부품 수입을 본격화한다. “닛산은 글로벌 멀티 소싱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부품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닛산의 규슈 공장에서 한국 회사 26개사의 제품을 수입하고 있는데 올해는 부품수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한국닛산은 올해 인피니티를 포함해 전년 대비 10% 증가한 800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최근 수입 중소형차가 많이 팔리고 있지만 아직 마치 등 소형차 출시는 검토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큐브와 알티마를 비롯해 SUV 등 다양한 차종을 선보여 한국 소비자들이 닛산의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하도록 할 겁니다.”

◆혼다 “브랜드 위상 되찾겠다”

혼다는 3개 브랜드 중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았다. 작년 3153대를 판매해 판매량이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하지만 정우영 혼다코리아 사장은 “하반기 신차를 잇달아 출시한 덕분에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월 판매량이 150대까지 떨어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SUV 모델인 CR-V 등 신차를 출시해 지금은 월 400대 정도로 올라섰죠. 지난해 9월 이후 판매량이 상승 중입니다.”

혼다코리아는 최근 TV홈쇼핑에서 하이브리드카 인사이트를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그동안 홈쇼핑으로 판매된 자동차 중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하더군요. 보통 문의전화가 1000~2000통 오고 이 중 10% 정도가 구매하는데 2600통의 전화가 와서 한정수량 150대가 모두 팔렸습니다.”

정 사장은 다른 차종에도 홈쇼핑 판매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매 고객을 분석해 보니 전시장이 없는 지역의 소비자들이 많았습니다. 시승 기회를 확대하고 브랜드를 알린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새로 출시하는 모델은 7월 이후 발표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지난해 출시한 스포츠카 CR-Z, CR-V, 시빅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모두 가격을 이전 모델보다 훨씬 낮췄죠. 지난해 혼다의 판매량 중 절반이 어코드였는데 이제 다양한 차종으로 고르게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와 함께 모터사이클 마케팅도 강화한다. 지난해 혼다코리아의 모터사이클 부문은 2002년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44.9% 증가한 4788대를 판매했다. 올해도 상반기 신모델을 출시해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올해는 눈길을 끄는 신차보다 고객 만족에 주력하겠습니다. 현재 딜러별 고객만족도를 매달 체크해 개선방향을 만들어 가고 있죠. 고객이 만족해야 판매량도 늘어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판매목표요? 목표는 높을수록 좋잖아요. 지난해의 2배인 5000~6000대를 판매해 혼다의 위상을 되찾겠습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