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B)의 차기 총재 선출 문제를 놓고 신흥국들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인이 세계은행 총재를 맡는 관행이 깨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브라질 일간 폴랴데상파울루는 16일 “로버트 졸릭 현 세계은행 총재의 사임을 계기로 신흥국들은 미국인이 항상 세계은행 총재를 맡는 관행이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은 전날 졸릭 총재가 5년 임기를 끝내고 오는 6월30일 사퇴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세계경제 현실은 과거와 달라졌으며 세계은행 총재를 반드시 특정 국가 출신이 맡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인이 세계은행 총재를 독식하는 관행에 불만을 제기했다.

만테가 장관은 “세계은행 총재직을 미국인이 이어받지 못하도록 할 것” 이라며 “다른 신흥국들과 공조해 그동안의 관행을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브라질 외교부는 별도 성명을 통해 “세계은행 총재는 국적이 아니라 능력과 경력을 기준으로 선출돼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도 이날 “차기 세계은행 총재는 실력과 공개적이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출돼야 한다”고 말해 미국인이 총재를 맡아온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1944년 브레튼우즈 협정 체결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창설된 이후 세계은행 총재는 미국, IMF 총재는 유럽에서 맡아왔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