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시진핑, 오찬장서 `인권 기싸움'
국방부, 예포ㆍ의장대 사열 등 최고 예우
미국을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을 위한 국무부 오찬에서 양국 `2인자'인 조 바이든 부통령과 시 부주석이 미묘한 기싸움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15일(현지시간)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전날 오후 열린 국무부 오찬은 중식과 양식이 혼합된 `퓨전 메뉴'를 사이에 두고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늘은 우리가 사랑과 평화를 위한 시간이라고 부르는 밸런타인데이"라면서 "중국을 알고, 중국에서 일하고, 중국과 관계를 맺어온 분들과 함께 만나게 돼서 기쁘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실제로 이 자리에는 미ㆍ중 수교의 주역인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 존 케리 민주당 상원의원 등 각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국무부에서는 웬디 셔먼 정무차관,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와 한국계인 고홍주(헤럴드 고) 법률고문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바이든 부통령은 시 부주석의 아이오와주(州) 방문을 화제에 올리며 `덕담'을 이어갔다.
그는 "내가 대선주자로서 그곳을 방문했을 때보다 아마 더 많은 환영객이 나올 것"이라면서 "시 부주석이 지난달 그곳을 방문했으면 공화당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승리했을 것"이라고 농담했다.
그러나 바이든 부통령이 중국의 인권문제를 언급하면서 일순간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그는 "우리는 인권문제를 외교정책의 근본으로 삼고 있고, 이를 모든 사회 번영의 관건으로 여긴다"면서 "우리 관점에서 중국의 여러 지역에서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데 대한 우려를 분명히 밝혀 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부주석은 자신의 발언 차례가 되자 중국의 인권상황이 개선됐다면서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중국은 지난 30년간 인권 문제에서 굉장한 성과를 이뤄왔다"면서 "중국 정부는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하고, 국민의 열망과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날 오찬에 참석한 인사들은 시 부주석에 대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 비해 경계심이 덜하고 친근한 분위기였다면서도 연설문을 미리 준비해 실수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시 부주석은 오찬을 마무리하는 건배사를 통해 "바이든 부통령과 클린턴 장관의 건강, 그리고 지난 40년간 미ㆍ중 관계의 놀라운 발전과 앞으로 40년간 보여줄 더 나은 관계를 위해 건배를 제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이날 오찬 이후 펜타곤을 방문한 시 부주석을 위해 19발의 예포와 함께 군악대 연주, 의장대 사열 등을 선보이는 등 최고의 예우를 갖춰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승관 특파원 huma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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