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獨 재무, 그리스 지원 `설전'
獨 재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 승인이 지연되는 가운데 그리스와 유로존의 돈줄인 독일 재무장관이 장외에서 설전을 벌였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쇼이블레 장관은 15일(현지시간) 현지 SWR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리스를 돕고자 모든 것을 하길 원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최종 결정을 할 수 있기 전에 모든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점을 항상 언급해왔다"며 "나는 조건들이 모두 충족됐는지를 의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들은 그리스 주요 정당 대표들의 긴축이행 확약서 제출과 긴축 부족분 3억2천500만유로에 대한 절감방안을 제시하라는 유로존의 요구사항들이 아직 이행되지 않은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원칙적인 발언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그러나 쇼이블레 장관은 이들 두 조건의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그리스 지원에 대한 근본적인 의구심이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수위를 달리는 제2당인 신민당을 직접적으로 겨냥, 신민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것에 대해 "바로 그것이 문제"라면서 "그리스의 모든 정당이 그들의 책임을 인식하고 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나아가 쇼이블레는 "지금 그리스 정치상황을 보면 우리가 지금 결정한 것이 총선 이후에 유효할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이례적으로 그리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쇼이블레 장관은 며칠 전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을 시작한 2년 전보다 지금은 디폴트에 더 잘 준비돼 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리스가 칼날 위에 서 있다"고 언급한 뒤 쇼이블레 장관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그리스를 향한 유로존의 불신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국내서, 해외서 불장난을 하고 있다.
일부는 횃불을 갖고, 일부는 성냥개비를 갖고 놀고 있다.
그러나 위험은 둘다 똑같이 크다"고 쏘아부쳤다.
이는 지난 12일 의회의 긴축안 비준에 항의하는 시위 이후 아테네 곳곳이 화염에 휩싸인 것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감당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추가적 긴축을 요구하는 유로존 일부국들을 빗대어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이어 "어떤 경우도 (불장난의) 위험은 매우 크다.
우리는 희생과 국가 재앙이라는 진퇴양난에 있다"고 덧붙였다.
베니젤로스 장관은 "우리가 왜 이 지점에 이르렀는지를 국민들에게 모든 진실을 말해야 한다"며 "불행히도 유로존에서 더 이상 그리스를 원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확신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유타 우르필라이넨 핀란드 재무장관은 "궁극적으로 의심은 그리스가 경제를 구하고 조건들을 이행할 정치적 의지가 있는지 여부"라며 "유로존 국가들이 이에 대해 매우 엄격한 태도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그리스 지원에 대한 부정적인 내부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오는 27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대한 연방의회 표결을 앞두고 있다.
(부다페스트 베를린연합뉴스) 황정우 박창욱 특파원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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