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 여야가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 선심성 퍼주기식 공약과 이익집단의 막무가내식 주장이 맞물리면서 사회가 혼란과 갈등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서민, 지역과 직역을 가르는 주장들이 대부분이어서 선거가 어떻게 마무리되건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남길 것이 우려된다. 17세기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가 말한대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양상이다.

자영업자들이 중심이 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도 그렇다. 카드사의 수수료율을 대기업과 영세민의 갈등 구도로 몰아가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미 특정 신용카드사에 대한 실력행사에 들어갔고, 곧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도 갖는다는 소식이다.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외에도 유권자시민행동이라는 단체를 앞세워 표를 무기화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평소라도 자칭 1000만명의 이익집단을 무시할 정당은 없다. 여야 모두 영세사업자들의 주장에 앞다퉈 줄을 서고 있다.

대기업과 지역상권의 소상공인들을 갈라치기 하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갈등을 자극하는 중기적합업종 등 선거철 편가르기 공약은 부지기수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 특별법이 부산·경남 민심 달래기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가 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심각한 지역갈등을 불러일으켰던 동남권 신공항 사업이 남부권 신공항으로 이름만 바꿔 새누리당의 공약에 포함됐다. 다음달 8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릴 해양수산부 부활 궐기대회는 선거를 이용해 해당업계의 숙원을 풀려는 움직임이다.

초·중·고생 아침식사 무료제공, 0~5세 전면 무상교육, 고교 의무교육, 사병 월급인상,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포퓰리즘 공약은 재원조달 대책도 없이 쏟아진다. 선거일이 가까워질수록 기상천외한 공약들이 가세하고 있다. 국가라는 보편적 가치 체계는 실종 상태다. 정치는 국민통합이어야 하지만 한국서는 거꾸로다. 지금 정치가 그것을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