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국민연금 믿지말라는 그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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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그리스에선 유로존이 요구하는 재정 긴축에 대한 반대시위가 그치지 않는다. 아테네를 불태우는 시위대에는 은퇴한 지 한참된 80대 고령자들도 많다. 연금이 대폭 삭감될 처지여서 긴축을 압박하는 독일을 향해 과거 나치보다 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스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95%나 된다. 퇴직하면 정부가 전성기 때 봉급의 95%나 되는 돈을 척척 알아서 주니 은퇴생활이 얼마나 풍족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전체 인구의 23%가 오로지 연금만으로 살고 있는 나라다. 국민연금이 편안한 노후를 완벽하게 보장해줄 것이란 달콤한 환상이 만연했을 것이다. 이런 연금을 못 받게 된다니 충격이 큰 것이 당연하다. 특히 80대 은퇴자들은 더욱 절망적일 것이다. 지금 와서 노후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공적연금에만 의존해선 몰락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적연금에만 기대 사는 은퇴자의 몰락은 필연적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보건복지부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38.4%가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고 있다. 특히 750만명을 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은 10명 중 4명이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있다는 게 통계청의 조사결과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그렇게 믿을 게 못 된다. 소득대체율은 실제 30% 수준밖에 안 된다. 그나마 갈수록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게 된다. 지급시기도 지금은 60세지만 내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연장돼 2033년에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탈 수 있다. 퇴직연금이 있지만 그 돈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뻔하다. 산업은행이 국민연금에만 의지하는 은퇴자의 파산 확률이 41%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다.
결국 개개인이 스스로 대책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개인연금을 찾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연금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30%가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의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정부도 10년 이상 납입할 경우 연금저축에 대해서는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연금보험엔 연금을 탈 때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며 지원한다.
100세시대 개인연금 설계를
그렇지만 개인연금도 설계가 필요하다. 우선 연금 지급기간이 제한된 연금저축 비중이 높다는 점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연금학회에 따르면 연금저축 가입자는 2009년 기준으로 162만명을 넘고, 판매액은 2007년 40조3680억원, 2010년 54조9850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연금보험 22조원(2007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납입한 후 통상 5년 또는 10년에 걸쳐 연금을 지급한다. 55세부터 타 쓰면 65세 정도에서 연금이 끝나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연금 수령기간을 20년 이상으로 늘린 장기형 연금이나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주는 종신형 연금을 키울 필요가 있다. 가입기간에 따라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개인연금 활성화를 위해 캐치업(catch-up) 정책을 통해 50세 이상 국민에게 추가로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은퇴준비가 필요한 것은 50대나 3040세대 모두 마찬가지다. 지금 도와줘야 나중에 정부 부담도 줄어든다.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살게 뒀다간 그리스 꼴을 면치 못한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
그리스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95%나 된다. 퇴직하면 정부가 전성기 때 봉급의 95%나 되는 돈을 척척 알아서 주니 은퇴생활이 얼마나 풍족했을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전체 인구의 23%가 오로지 연금만으로 살고 있는 나라다. 국민연금이 편안한 노후를 완벽하게 보장해줄 것이란 달콤한 환상이 만연했을 것이다. 이런 연금을 못 받게 된다니 충격이 큰 것이 당연하다. 특히 80대 은퇴자들은 더욱 절망적일 것이다. 지금 와서 노후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공적연금에만 의존해선 몰락
그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적연금에만 기대 사는 은퇴자의 몰락은 필연적이라고 봐야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 국민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보건복지부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38.4%가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으로 노후를 대비하고 있다. 특히 750만명을 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은 10명 중 4명이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있다는 게 통계청의 조사결과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그렇게 믿을 게 못 된다. 소득대체율은 실제 30% 수준밖에 안 된다. 그나마 갈수록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게 된다. 지급시기도 지금은 60세지만 내년부터 5년마다 1세씩 연장돼 2033년에는 65세가 돼야 연금을 탈 수 있다. 퇴직연금이 있지만 그 돈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게 뻔하다. 산업은행이 국민연금에만 의지하는 은퇴자의 파산 확률이 41%를 넘을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유다.
결국 개개인이 스스로 대책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개인연금을 찾는 것도 그래서다. 한국연금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30%가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의 연금저축과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정부도 10년 이상 납입할 경우 연금저축에 대해서는 연 4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연금보험엔 연금을 탈 때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며 지원한다.
100세시대 개인연금 설계를
그렇지만 개인연금도 설계가 필요하다. 우선 연금 지급기간이 제한된 연금저축 비중이 높다는 점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연금학회에 따르면 연금저축 가입자는 2009년 기준으로 162만명을 넘고, 판매액은 2007년 40조3680억원, 2010년 54조9850억원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연금보험 22조원(2007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연금저축은 10년 이상 납입한 후 통상 5년 또는 10년에 걸쳐 연금을 지급한다. 55세부터 타 쓰면 65세 정도에서 연금이 끝나는 것이다. 인생 100세 시대를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연금 수령기간을 20년 이상으로 늘린 장기형 연금이나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주는 종신형 연금을 키울 필요가 있다. 가입기간에 따라 소득공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개인연금 활성화를 위해 캐치업(catch-up) 정책을 통해 50세 이상 국민에게 추가로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
은퇴준비가 필요한 것은 50대나 3040세대 모두 마찬가지다. 지금 도와줘야 나중에 정부 부담도 줄어든다.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살게 뒀다간 그리스 꼴을 면치 못한다.
문희수 논설위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