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공사 설립 법안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체크카드 활성화를 명분으로 체크카드공사를 설립하자고 나서는가 하면 선박금융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공사 설립 법안도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신용카드공사 설립 법안까지 제출된 적이 있다. 재원은 정부가 부담하고 생색은 정치인들이 내는 이 같은 법안들은 실효성도 없거니와 현실화한다면 시장경제를 위축시킬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박종근 새누리당 의원(대구 달서구갑)이 지난달 말 발의한 ‘한국체크카드공사법’이다.

정부가 자본금 5000억원을 출자해 체크카드공사를 세우고 여기서 체크카드 발행·관리·대금결제·가맹점 관리 등을 모두 담당한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인 운영 방법과 세부 내용은 아무것도 담지 않은 ‘깡통법안’이지만 박 의원 등은 제안서에서 “정부 차원에서 공사를 설립하면 체크카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계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지금 체크카드를 내놓고 있는 민간 카드사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는 경쟁을 제한해 소비자들의 이익을 줄이는 부작용을 낳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선박금융공사법은 태생부터 ‘부산표’를 겨냥한 법이다. 애초 부산시와 한국선주협회가 추진하던 공사 설립안을 지난달 17일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부산 동래구)이 발의했다. 정책금융공사가 2조원을 출자해 만들도록 했다.

하지만 선박금융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무역보험공사 등에서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가다. 구기성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도 이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민간 금융회사들을 밀어낼 가능성이 있고 △부도 위험이 높은 중소 조선·해운사 중심으로 자금 운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으며 △해운·조선경기 불황시 공사의 손실 확대 우려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실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해 10월 중소 가맹점들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신용카드공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는 “신용카드는 준 화폐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일정 부분 국가가 관여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홍 전 대표는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도 이런 내용을 주장했으나 법안의 형태로 구체화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