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사람의 항체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 항체가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카이스트(KAIST)는 생명과학과 김학성 교수가 바이오 및 뇌공학과 김동섭 교수와 공동으로 단백질을 재설계해 대장균에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인공항체개발에 성공했다고 13일 밝혔다.

KAIST에 따르면 김 교수팀은 먹장어나 칠성장어 등 무악류(턱이 없는 척추동물)에 있는 단백질은 항체가 아님에도 항체처럼 면역작용을 한다는 사실에 착안해 연구를 시작했다.

인공항체는 대장균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 현재 가격보다 100분의 1 수준으로 만들 수 있고 5년 내에 단백질 신약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반복적인 모듈 구조(패턴이 반복되는 구조)로 돼 있어 목적에 따라 자유롭게 구조설계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아울러 신약개발에서 중요한 항원과의 결합력을 쉽게 조절할 수 있어 치료 효과가 높고 부작용이 적으며, 열과 pH(수소이온농도)에 대한 안정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기존 항체는 동물세포 배양 등 복잡한 생산공정을 통해 제조되기 때문에 가격이 1㎎에 100만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다.

대부분 이미 해외 특허로 등록돼 있어서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KAIST 측은 인공 항체를 이용해 단백질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되면 192조원에 달하는 세계 단백질 의약품 분야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교수는 "기존 항체는 항원과 결합하는 면적이 제한적이어서 결합강도를 높이는 것과 구조 설계가 어려운 단점이 있었다"면서 "하지만 장점을 두루 갖춘 인공항체는 현재 의약품 원료로 사용되는 항체를 대체할 수 있는 단백질 신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발된 인공항체 단백질 골격과 단백질 설계 기술은 생명공학 및 의학 분야에서 치료·진단·분석용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10일자로 게재됐다.

한경닷컴 부수정 기자 oas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