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외치는 여야, '정치개혁'은 뒷전
18대국회에서 추진했던 선거 제도 개선을 비롯한 각종 정치개혁 방안들이 결국 빈손으로 끝날 처지에 놓였다.

여야는 지난해 3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석패율제 및 국민참여경선(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당 대표 경선 사무의 중앙선관위 위탁 등을 논의했지만 여야의 ‘밥그릇 싸움’에 밀려 무산 위기에 몰렸다. ‘4·11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 개혁을 부르짖으며 선심성 복지 공약을 쏟아내고 있는 정치권이 정작 자신들은 ‘개혁 무풍지대’에 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총선이 6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지역구 획정 작업이 시급하지만 여야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를 분구하고, 세종시를 단독 지역구로 신설하는 대신 비례대표 3석을 줄이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제시한 3개 지역구 신설 외에 경기 용인 기흥에도 선거구를 새로 만들고, 영남 3곳과 호남 1곳을 줄이는 안을 고수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는 후보자 공모를 시작했다. 만약 여야가 추후 합의안을 도출한다면 조정된 지역구 공모는 다시 해야 한다.

끝내 합의를 못하면 현행대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지만 위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선거구 간 인구편차가 3 대 1을 넘어선 안 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 선거구 내 인구 상한선은 31만406명, 하한선은 10만3469명인데 지역구 획정 작업이 무산되면 이를 지키지 못하는 지역구가 생기게 된다.

이러다 보니 분구 혹은 합구가 예상되는 지역의 예비후보자는 자신이 뛰어야 할 선거구의 범위조차 모른 채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선거관리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중앙선관위는 11일 재외선거인 등록신청을 마감하고 투표 49일 전인 오는 22일부터 국외부재자신고인 명부를 작성해야 하나 선거구 획정이 안 되면 이 같은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선관위는 “입법부작위에 의한 직무유기”라며 “여야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면서 선거구를 획정하지 않아 결국 예비후보자와 유권자가 모두 피해를 보게 됐다”고 비판했다.

지역주의를 해소하기 위해 논의돼온 석패율제는 군소정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석패율제는 지역주의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지역에서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득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후보자를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당선될 수 있도록 하는 지역구결합 비례대표제다.

‘동원 선거’를 막자는 취지로 여야가 도입을 검토했던 국민참여경선제는 여야 동시 실시를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