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개도국에 조림기술 전수
지구온난화로 미래산업 자리매김
김세빈 < 충남대 교수·산림환경자원학 >
신년 들어서자마자 SK임업은 캄보디아 현지에 전문가를 파견했다. 2014년까지 수도 프놈펜과 시엠레아프 지역에 산림청 산하 녹색사업단과 공동으로 시험림과 산림황폐지 복구조림 등 녹화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유망 투자조림국으로 떠오른 캄보디아에 한국의 산림녹화기술을 수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강원 고성에서는 버려진 황폐지에 나무를 심고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국내 첫 탄소배출권 조림사업이다. 올봄부터 축구장 크기 70배에 달하는 황폐지 80㏊에 잣나무, 낙엽송, 자작나무 25만 그루를 심는다. 탄소배출권 획득을 위해서는 오는 4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등록을 추진한다. 유엔 등록에 성공한다면 한국의 조림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쾌거가 될 것이다. 또 향후 60년간 5만7000의 탄소배출권을 SK임업이 획득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조림기술 수출 및 탄소배출권 조림사업 진출은 국내 임업계의 이정표 같은 사건이다. 40년 한국임업 발전역사를 거쳐 축적된 임업기술이 값진 열매를 맺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한국은 1970년대까지 임업 최후진국을 면치 못했다. 일제강점기의 산림자원 수탈, 6·25전쟁 당시의 산림 파괴, 민생고와 땔감 부족 등으로 인한 산림 황폐화가 반세기 넘게 진행된 탓이었다. 그런 한국이 1970년대 개발시대 들어 산림녹화사업으로 확 바뀌었다. 비만 오면 벌건 토사물을 쏟아내던 민둥산이 푸르게 바뀌었다. 세계는 한국의 산림녹화정책을 주목하고 칭송했다. 산림·임업 분야에서의 ‘한강의 기적’이었던 셈이다.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빠른 속도로 진행된 녹화사업이었다. 그만큼 뼈를 깎는 노력이 뒷받침됐음은 물론이다.
개발시대 국토 녹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정부와 기업은 각기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을 수립, 강력한 녹화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임업의 개척자격인 SK임업과 고(故) 최종현 SK그룹 회장이 떠맡았던 역할을 한국 임업계는 아마도 잊지 못할 터이다.
1970년대 최 회장은 재벌기업 총수 신분으로 임학자를 대동해 산간 오지를 누볐고, 그렇게 산하에 뿌린 땀으로 SK임업을 일궜다. 최 회장이 “땅장사 할 것 아니다”면서 땅값이 오를 만한 수도권을 애써 피해 조림지를 조성한 일은 지금도 회자(膾炙)된다. 그는 숲을 훼손하는 매장문화에 탄식하며 “사후 화장하라”는 유언을 남겨 한국사회를 놀라게 했다.
이런 희생을 자양분으로 한국 임업은 지속적 성장과 발전을 거듭 중이다. 특히 지금은 심고 베는 1차 산업으로서의 임업 울타리를 뛰어넘어 지속적 발전을 거듭하는 미래기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SK임업은 신재생에너지로 불리는 우드펠릿 사업에 발빠르게 진출했고, 자연휴양림 조성 및 숲 유치원 운영에 들어갔다. 여기에 탄소배출권 조림사업 진출 및 조림기술 수출 등으로 환경친화 복합임업의 결실을 맺고 있다.
그렇더라도 만족하기엔 이르다. 세계는 지금 인구증가와 개발도상국 산업화로 지구온난화, 열대림 소실, 사막화 같은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미래산업이 임업이다. 임업은 무한경쟁의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성능 좋은 무기가 될 수 있다. 임업이 환경, 기술, 수출, 생산성, 경쟁력, 삶의 질 같은 이 시대의 키워드를 수렴하는 주요 산업이 된 것이다. 1970년대 녹화사업 경험으로 얻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숲과 환경, 임업 정책을 새롭게 갈고 닦아 한국 임업이 한층 도약하는 기회를 잡아야 할 때다.
김세빈 < 충남대 교수·산림환경자원학 sbkim@cn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