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하락 기대 낮아졌다"…발길 뜸해진 채권시장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은 유럽 재정위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안전자산인 채권 가격의 추가 상승(채권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낮아진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국 국고채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 확산 속에서도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1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국가신용등급(A+) 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하는 등 위기 속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자산으로 평가받은 덕분이다.

하지만 지난해 12월21일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실행을 기점으로 채권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45%로 지난해 11월2일(3.47%) 이후 3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날 금리는 연 3.44%로 이달 들어 0.07%포인트 상승했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은 그동안 피해가 컸던 금융과 건설 조선 업종 주식을 매입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강세 기조를 나타내온 채권은 만기 상환을 받고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국내 경제지표가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지만 정책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해와 비교해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낸 데다 국내외 경기에 대해서도 다소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 추세로 볼 때 신흥국 국채를 사기 위한 외국인 자금의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최 센터장은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국채 금리는 너무 낮고 장기적으로 통화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신흥국에 비해 높다”며 “시중에 풀린 돈이 선진국 국채에 재투자되기보다는 신흥국 시장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