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 뒤에 차오스?…代이어 권력투쟁 벌이나
중국의 차기 지도부 멤버로 유력한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가 자신의 심복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곤경에 빠진 사건의 배후로 차오스(喬石)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88·사진)과 허궈창 공산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거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최고 권력집단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교체를 앞두고 물밑에서 권력투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콩의 유명 저널리스트인 다이칭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왕리쥔 충칭시 부시장이 보 서기를 ‘최고의 간신’이라며 이중인격자로 공격한 이번 사건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차오 전 위원장의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2000년대 초반 충칭시 서기를 역임했던 허궈창도 이번 사태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시사평론가인 리톈샤오(李天笑)도 미국의 반(反)중국 사이트인 ‘희망지성’에 기고한 글에서 “오래전 은퇴한 차오스 등 원로 일부가 후 주석과 손잡고 이번 사태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왕리쥔 뒤에 차오스?…代이어 권력투쟁 벌이나
한때 장쩌민 전 주석과 권력을 다투던 차오 전 위원장은 1998년 15차 전국대표대회에서 보시라이의 부친인 보이보(薄一波) 전 국무원 부총리, 쩡칭훙(曾慶紅) 전 부주석 등 친(親)장쩌민 세력에 밀려 실각했다. 차오 전 위원장이 후 주석의 공산주의청년단 세력과 손잡고 과거 정적의 아들이자 친장쩌민 계열인 보 서기를 밀어내려 한다는 것.

이 신문은 올해 11월 열리는 18차 당대회를 앞두고 후 주석과 리커창 부총리로 대표되는 공청단과 장쩌민이 이끄는 상하이방 및 시진핑 부주석 등 혁명원로의 자제들을 일컫는 태자당 간에 권력투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패를 혐오하는 차오스가 2009년에도 왕리쥔의 해임을 요구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권력투쟁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사태는 오는 14일부터 미국을 방문하는 시 부주석에게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외교부는 “이번 사안은 별개”라고 강조했지만 대만의 CNA통신은 “미국이 왕리쥔으로부터 얻은 정보에 대한 대가로 무언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왕리쥔은 쓰촨성 청두의 미국 영사관을 나온 직후 국가안전부에 체포돼 베이징으로 압송됐다고 빈과일보 등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 왕리쥔은 지난 8일 청두에서 차이나에어편으로 베이징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다. 추진(丘進) 국가안전부 부부장과 공안부 직원들이 동승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