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 신화' 이민화 교수, 아직도 '신불자' 꼬리표
"창업 않겠다" 의욕 상실
실패 경영인 연대보증 채무도 회사 빚과 같은 비율로 조정
정부가 창업에 실패한 경영인의 연대보증 채무를 회사 채무와 같은 비율로 조정하는 식으로 관련 제도를 손보기로 했다. 이 교수 경우처럼 기업은 되살아도 기업인은 죽는 환경에서는 ‘기업가 정신’을 기대하는 게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은 최근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만나 실패 중소기업인에게 족쇄가 되고 있는 통합도산법 개정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중기청은 전문 컨설팅 기관에 관련한 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통합도산법 250조2항 또는 벤처기업특별법 개정 전망
전문가들은 통합도산법 250조2항이 개정되는 게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조항은 원채무자의 채무와 같은 비율로 연대보증 채무를 조정하는 ‘부종성(附從性)’ 원칙을 법정관리 기업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 패자부활을 막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메디슨(원채무자) 채무는 출자전환을 통해 조정됐지만 이 교수(연대보증 채무자) 채무는 그대로인 게 좋은 예다.
벤처기업특별법에 예외조항을 두는 안도 검토되고 있다. 검증을 통과한 경영인에 한해 채무를 일정 비율 조정해주는 식이다. 신불자로 전락해도 금융거래가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창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부종성 원칙을 수정하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가능성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연대보증 채무를 조정하는 경우 정책금융 및 보증(신용보증기금·기술신용보증기금)이 1차 대상이며 시중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시중은행들의 의견 취합을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넘어야 할 산 많아
정부는 올해 창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러나 창업 인프라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창업을 활성화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제도 개선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KIET)이 중소기업 대표 402명을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 위축 요인을 조사한 결과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이 36.2%로 가장 많았으며 ‘수익창출 기반 약화’(31.9%) ‘반기업 정서’(12.6%) ‘과도한 규제’(11.6%) 순이었다.
제도 개선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먼저 ‘도덕적 해이’를 막는 보완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창업을 활성화한다는 취지가 부실기업 양산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책금융 집행기관들이 채무 조정에 따른 잠재적 손실을 메우기 위해 예산 증액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중은행은 제외한 채 정책금융 채무만 조정하는 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도 한계로 꼽힌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실패 경영인의 재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면서도 사회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