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6시 '칼퇴근' 공무원들
지난 8일 서울 무교동 여성가족부 청사. 오후 6시가 되자 김태석 차관이 건물 각층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정부가 매주 수요일로 정한 ‘가족의 날’에 직원들의 정시 퇴근을 권유하기 위해서였다. ‘빨리 퇴근하라’는 김 차관의 말에 직원들은 반색하며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올 들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1주일에 1회 정시 퇴근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잦은 야근을 막아 공무원 사회에서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최근 불거진 학교폭력으로 인해 가족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이 같은 문화 확산에 공무원들이 앞장서겠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보통 공무원은 정시 퇴근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중앙부처 공무원의 경우 1주일에 최소 2회 이상은 야근한다는 게 부처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장급 이상 간부 공무원의 경우 거의 매일 야근한다.

정부는 2010년 10월 매주 수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 이날만큼은 공무원들이 오후 6시에 정시 퇴근하도록 각 부처와 지자체에 공문을 내려보냈다. 하지만 각 부처 자율로 운영됐기 때문에 제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일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선 ‘가족의 날’을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각 부처 장관들도 모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뿐만 아니라 ‘가족의 날’엔 직원들을 무조건 정시 퇴근시켜야 한다는 논의까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각 부처에선 ‘가족의 날’을 제대로 시행하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부처가 교육과학기술부다. 교과부는 지난 8일부터 매주 수요일에 야근하는 경우엔 소관 부서별로 차관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지침을 내렸다. 교과부 공무원들이 수요일에 야근하기 위해선 해당 사유를 적어 보고한 뒤 차관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고용노동부 등 다른 부처에서도 교과부처럼 이 같은 방침을 검토 중이다.

지자체에도 ‘수요일 정시퇴근’이 번지고 있다. 서울시는 올 들어 매주 수요일을 ‘가족의 날’로 정해 직원들에게 정시 퇴근을 권유하고 있다. 국·과장들이 솔선수범해 정시 퇴근하면서 직원들도 눈치를 보지 않고 퇴근할 수 있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직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 부처 사무관은 “지금까지 ‘가족의 날’이라고 해서 일찍 퇴근했던 경험이 거의 없다”며 “앞으로 매주 수요일엔 가족과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어 기쁘다”고 밝혔다.

강경민/이건호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