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KT 회장, 삼성에 또 직격탄 "대가 없인 망 못 써"


KT, LG 빼고 삼성 스마트TV만 접속제한 초강수
다수 인터넷 이용자 보호 위한 불가피한 조치 강조

이석채 KT 회장이 또 다시 삼성전자에 직격탄을 날렸다. 과거 쇼옴니아 스마트폰을 '홍길동폰'이라 지칭하며 삼성전자에 대놓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던 이 회장은 이번엔 적정한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라며 삼성 스마트TV에 접속제한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2년 여간 망 사용료를 놓고 협상을 벌여왔지만 삼성전자가 좀처럼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장은 지난해에도 "정부 덕분에 애플 아이폰 도입이 늦어졌고 결과적으로 삼성전자가 살 수 있었다"는 등 삼성을 겨냥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9일 KT는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수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인터넷망을 무단 사용하는 스마트TV에 대한 접속제한 조치를 내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스마트TV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의 인터넷망을 통해 서비스 된다. 문제는 고화질 트래픽을 장시간 송출시키는 스마트TV로 인해 일반 인터넷 가입자들이 속도 저하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

KT의 접속제한이 이루어지면 스마트TV 앱 이용은 제약을 받게 된다. 다만 기존 방송을 보거나 KT 초고속인터넷을 쓰는 데는 영향이 없다. 현재 국내 스마트TV 누적 판매 대수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합쳐 100만대 가량이다. KT는 그러나 이번 접속제한 조치를 삼성전자에 한해서만 시행하고 LG전자는 당분간 기존대로 망을 열어둘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성의를 갖고 협상에 임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무조건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주관하는 망 중립성포럼에 성실히 참여해 왔다"며 "KT 주장은 누구나 차별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며, 스마트 TV의 데이터 사용이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것은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국내에서 판매된 삼성전자 스마트TV는 약 40만대로 추정돼 적지 않은 사용자들이 애플리케이션 이용에 불편을 겪게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이번 주말부터 스마트TV 신제품을 본격 판매할 예정이어서 판매에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KT의 이번 조치는 이석채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앞서 공식석상을 통해 "스마트 시대의 인터넷 요금 구조는 소비자 뿐 아니라 기업 공급자들에게도 돈을 받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는 "애플의 iTV나 삼성, LG전자의 스마트TV는 결국 통신사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면서 "과거 사용자에게만 요금을 받는 구조에서 공급자에게까지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스마트TV는 PC와 달리 HD, 3D급 대용량 고화질 트래픽을 장시간 송출시키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단말이다. 스마트TV 동영상은 평상시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방송중계시 수 백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할 수 있다.

KT는 "인터넷 가입자망 무단사용이 현재와 같은 속도로 확대 된다면 머지 않아 통신망 블랙아웃(Blackout)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용령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독점할 경우 일반 인터넷 이용자의 인터넷 속도는 최대 265배나 시간이 더 걸리는 것으로 측정됐다.

또 다른 인터넷망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역시 스마트TV 사업자에 망 사용료를 받아야 한다는 KT 주장에 동의했다. SKB 관계자는 "접속제한까지 검토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용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스마트TV에서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해 인터넷망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며 "스마트TV 사업자와 망 사업자간 상생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그러나 "KT의 이번 조치는 불합리하고 부당한 것"이라며 "KT가 스마트TV의 인터넷 접속제한을 강행할 경우 이용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통신사업자와 제조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바탕으로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올초부터 시행 중이다.

한경닷컴 권민경 기자 k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