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 찬반조사…보상·이주 또 늦어지나
서울시는 찬반 갈등을 빚고 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조감도) 내 서부이촌동 일대 주민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고 8일 밝혔다.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 구상’을 통해 제시한 사업 지속여부 결정 잣대인 ‘주민 의견’을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시는 사업시행사인 드림허브가 보상방안과 이주대책을 마련하면 주민의사 확인 절차를 거쳐 사업범위를 조정하겠다는 원칙론도 제시했다. 인근 부동산업계는 “보상가를 둘러싼 주민 반대가 많은 점과 인근 성원·대림아파트의 용적률 등에 비춰 분리개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분리개발이 결정된다면 개발계획 및 일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원·대림아파트 제외될까

용산역세권 찬반조사…보상·이주 또 늦어지나
서울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포함된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의견을 갈등조정 전문가를 통해 수렴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뉴타운 출구 전략과 마찬가지로 해당 아파트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철거 계획을 철회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현재 한강변 아파트 분리개발 방침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서부이촌동 내 주민들은 토지 등 소유자가 2150명, 세입자가 1400명 등에 이른다. 이 중 노후 단독·다가구주택 주민들의 80~90%는 사업을 찬성하고 있지만, 한강변 대림·성원아파트는 30%대에 그친다.

아파트 주민들은 △개발 사업 자체를 반대하거나 △보상금에 비해 향후 입주할 아파트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분리개발 때 재건축이 쉽지 않아 보상을 더 많이 받으려고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개발 사업 추진으로 아파트값은 그동안 크게 올랐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성원아파트 89㎡는 2005년 말 3억~3억6000만원 선이었지만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편입되면서 가격이 올라 2월 현재 8억~8억9000만원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보상가·세입자 변수되나

용산국제업무지구가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일부 해제가 결정되면 이해관계자별로 상당한 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서울시가 의견수렴 후 사업범위 조정 방침을 이날 발표하자 개발에 반대하는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서소문청사로 몰려와 거세게 항의했다.

드림허브에 참여한 30개 출자사들도 문제다. 2008년 사업시행자 선정 당시 서부이촌동 전체 부지 수용을 전제로 8조원에 가까운 토지대금을 써낸 것이어서 계약 조건 자체가 달라지는 탓이다.

분리개발 때 존치구역과 개발구역 간의 부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성원·대림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이 400% 가깝게 적용돼 개발구역에서 제외되면 노후화가 진행되더라도 재건축이 추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첨단지구와 어울리지 않는 아파트가 남아 있을 경우 전체 개발의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뉴타운 출구전략을 통해 나타났듯 세입자들의 권익을 강화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철학에 비춰 용산국제업무지구 사업도 향후 세입자들의 의견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