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눈 멀고 눈 감은 '다이아 사기'
인류 역사에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미혹시킨 신비적 술법으로 연금술(鍊金術)만한 게 없다. 불로장생의 선단(仙丹)을 만들고, 하찮은 돌 부스러기를 값비싼 황금으로 바꾼다는 허황된 사기는 수천년 동안 되풀이됐다. 가장 위대한 과학자였던 뉴턴까지 연금술에 깊이 빠졌었다. 그래도 연금술이 의미없지 않았던 것은 그것을 통해 축적된 이론과 기술의 지식체계가 현대화학 발전의 뿌리가 됐기 때문이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게이트’는 연금술보다 더 황당하다. 검찰 수사가 밝혀내겠지만 개발업자의 뻥튀기 속임수에, 스스로 눈을 가린 정권 실세와 정부 고위인사들이 한다리씩 걸쳐 단체로 국민들을 등쳐먹은 권력형 사기극의 그림이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투자자들은 다이아의 존재를 굳건히 믿고 대박의 꿈을 좇고 있다. 다이아의 무엇이 이들을 눈멀게 할까.

투명하고 신비한 광채로 ‘보석의 왕’ 대접을 받는 다이아이지만 사실 경제적 실용성에서는 별로 쓸모가 없는 광물이다. 그러나 너무 희소하다는 이유, 또 근래 100여년 동안 다이아 생산과 공급물량,가격을 독점적으로 통제하면서 “다이아는 영원하다”고 했던 유대자본 드비어스(De Beers)의 상술이 더해져 엄청나게 비싸다. 값이 수백만원인 1캐럿의 무게는 겨우 0.2g이다. 다이아가 영원한 것도 아니다. 쇠를 자르는 단단함을 자랑하지만 쇠망치로 내려치면 깨져버리고 섭씨 1900도 가까운 온도에선 타서 없어진다. 반면 금은 부수고 녹여도 다시 금으로 재생된다. 다이아의 값은 허영과 사치의 대가일 뿐인 것이다.

단순한 탄소(C)결정체인 다이아가 만들어지는 곳은 900~1300도,4만5000~6만기압의 초고온·초고압 조건이 갖춰진 땅 밑 150~200㎞ 깊이다. 우리가 얻는 다이아는 그 깊은 곳에서 지각운동으로 극히 적은 양이 땅위로 밀려나온 것이다. 과거 다이아 광산으로 가장 유명했던 남아공 킴벌리의 빅홀에서는 무려 2200만t의 흙을 파헤쳐 겨우 2.7t의 다이아 원석을 캐냈다고 한다. 흙 1600t을 파내 1캐럿을 얻은 꼴이다.

물론 다이아는 경도(硬度)가 가장 높아 연삭(硏削)·연마재 등 공업용으로도 매우 중요한 소재다. 그런데 금·은 등과 달리 다이아는 ‘현대 연금술’로 만들어낼 수 있다. 탄소를 5만기압, 1400도 정도의 조건에서 결정화시켜 천연물질과 똑같은 인공다이아를 합성한다. 현재 공업용으로 쓰이는 물량 거의가 이런 합성다이아다.

카메룬에 대량의 다이아가 매장된 것은 진실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의 의미도 없다. 오늘날의 최첨단 탐사기술로도 땅 밑 어느 곳에 무엇이 얼마나 묻혀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고, 유용한 자원을 찾아내도 개발의 타당성을 평가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수많은 시추공을 뚫어 예상·확정매장량을 단계별로 분석하고 기술적·경제적으로 채굴 가능한, 다시 말해 돈되는 극히 일부의 가채(可採) 매장량을 산출해야 한다. 이 과정은 대단히 복잡하고 고도로 전문적인 영역이다. 그런데 카메룬 다이아 매장량을 책상 위에 지질도를 펴놓고 자로 재서 구했다고 한다. 그것부터 엉터리다.

이 모든 것을 엄밀히 따진 뒤에도 실제 땅을 파보면 경제성이 떨어지고 기대한 품위의 광물이 나오지 않는 헛방인 경우가 허다하다.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 자원개발의 함정이다. 그 틈새를 비집고 자원이 묻혀 있다는 현장 주변에 득실거리는 사기꾼들은 하나같이 노다지의 환상으로 무지(無知)한 사람들을 부추겨 한탕을 노린다.

다이아는 한톨 없어도 우리 경제가 돌아가는 데 아무 지장없고, 우리가 시급히 확보해야 할 전략 광물도 아니다. 자원외교라는 이름을 거는 것은 당치도 않다. 어디 카메룬뿐일까. 정부가 자원외교를 내세워 요란하게 바람을 잡았지만 결국 자원의 실체조차 분명치 않은 곳을 들쑤시고 다니면서 거액의 국민 혈세만 날리고, 사기꾼들에게 애꿎은 투자자들 주머니를 털도록 좌판 벌여준 곳 한둘이 아닐 것이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논설위원 kunn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