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깊은 나무' '해리포터'…문화原型은 국경 초월한 흥행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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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확산…이젠 전통문화다
북유럽 신화에 바탕 둔 영화 '반지의 제왕' 등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원형 테마별로 나눠 디지털콘텐츠화 작업
북유럽 신화에 바탕 둔 영화 '반지의 제왕' 등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 문화원형 테마별로 나눠 디지털콘텐츠화 작업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비화를 바탕으로 만든 스릴러 방송사극 ‘뿌리깊은 나무’는 최근 시청률 25%로 막을 내렸다. 복잡한 플롯으로 인해 시청률이 20%를 밑돌 것이라는 당초 전망을 보기좋게 무너뜨렸다. ‘뿌리깊은 나무’는 유명 드라마 PD·평론가 2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이 시대 최고의 드라마로 뽑혔다. 대본을 쓴 박상연·김영현 콤비는 최고 작가로 꼽혔다. 해당 방송사는 400억원 안팎의 광고 매출을 올렸고 해외 수출도 60억원에 달했다.
‘한글’이라는 한국 고유 소재로 만든 사극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세종이 사대부들의 반발 속에 한글을 통해 서민들과 소통하려 했다는 스토리는 이 시대 한국뿐 아니라 세계인들에게도 어필할 만큼 보편성을 지녔다.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에 할리우드의 자본과 기술력을 결합시켜 대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3편의 영화 티켓 판매 수입만 30억달러에 달했다. 등장인물들의 복장과 무기 캐릭터 인형 등은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다. 영화 촬영지였던 뉴질랜드는 할리우드 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 물량을 대거 수주하면서 영화산업이 급성장했다.
스코틀랜드의 민담을 소재로 한 소설 ‘해리포터’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와 게임 등으로 다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조앤 롤링은 영국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다.
세 작품은 고유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세계 시장에 통하는 문화상품으로 재탄생했다. 전통문화가 훌륭한 문화상품의 보고였던 셈이다. 콘텐츠의 미래도 전통문화, 즉 과거와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는 이유다.
전통문화는 보다 학술적인 문화 원형이라는 용어로 불린다. 문화 원형이란 협의로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 속에 형성된 우리 민족문화의 모든 것(신화, 전설, 과학, 기술 등)을 의미한다. 광의로는 민족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는 집단 무의식을 구체화한 결과물을 일컫는다.
이런 우리 문화 원형을 바탕으로 만든 한류 콘텐츠를 한국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이 즐겁게 소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을 집약한 원형 설화(여행 탐험 등)와 원형 인물(주인공, 어머니) 등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사랑 복수 음모 등을 다룬 플롯은 국경을 초월해 보편성을 띤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 원형 스토리는 시공을 초월해 변형 재생산된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 ‘타이타닉’과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으로 재탄생했다.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는 무수한 유럽 영화에서 리바이벌하다 한국영화 ‘스캔들’로 다시 만들어졌다. 대중적인 스토리텔링에서 반복되는 문화 원형의 정체를 파악하면 흥행 콘텐츠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 원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문학에 정보기술(IT)을 접목했다. 문화 원형을 테마별로 디지털 콘텐츠화해 애니메이션 음악 출판 전자책 만화 캐릭터 영화 등의 창작 소재로 제공해 문화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핵심 기술은 현대인들이 쉽게 받아들이도록 가상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00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총 650억원을 투입해 30만여건의 아이템을 개발했다. 역사 민속 신화 건축 예술 등 각 분야를 망라하는 아이템은 문화콘텐츠닷컴에 공개돼 업계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디지털 콘텐츠에 나온 공길이라는 광대는 흥행 영화 ‘왕의 남자’의 모티브가 됐다. 실록의 짧은 기록을 상상력을 동원해 재창조했다. 극중 경복궁 연희 장면도 이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조선시대 검안 기록을 재구성한 수사기록물’이라는 제목의 디지털 콘텐츠는 영화 ‘혈의 누’와 방송 드라마 ‘별순검’ 등에 쓰였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의상 콘텐츠는 ‘임진록’ ‘거상’ 등의 게임에 적용됐다. 영화 ‘황진이’는 조선시대 기녀문화와 한국의 전통 장신구 관련 기록을 활용했다. 고구려 건국설화 콘텐츠를 활용한 드라마 ‘주몽’은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문구류 등 캐릭터 상품과 함께 테마파크까지 만들어졌다.
자수 문양과 능화문을 배경으로 그린 뿌까 캐릭터는 해외에 수출됐다. 국립 공연예술박물관에는 한국 근대음악의 원형이란 디지털 콘텐츠가 활용됐다. 또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에서는 한국 디지털 문화원형전이 열리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전통문화와 문화 원형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킬 목적으로 ‘한류문화진흥단’을 공식 출범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전통문화를 접목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최초의 한옥 동사무소인 혜화동 주민센터가 일례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공공기관 건물에 도입해 미학적으로 성과를 나타냈을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한눈에 알렸다. 문화부는 앞으로 아파트, 호텔 등 민간 부문의 현대적 공간에 한국적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고품격 모델을 개발하고 시범 사례를 조성하기로 했다.
전통문화 장인과 현대적 감각의 디자이너가 협업해 만든 나전칠기 스마트폰 케이스, 민화를 프린트한 티셔츠, 한복의 동정과 고름을 접목한 재킷 등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문학 미술 등 순수예술과 영화 게임 콘텐츠 등 문화산업 측면에서 진흥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
‘한글’이라는 한국 고유 소재로 만든 사극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이다. 세종이 사대부들의 반발 속에 한글을 통해 서민들과 소통하려 했다는 스토리는 이 시대 한국뿐 아니라 세계인들에게도 어필할 만큼 보편성을 지녔다.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은 북유럽 신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에 할리우드의 자본과 기술력을 결합시켜 대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사례다. 3편의 영화 티켓 판매 수입만 30억달러에 달했다. 등장인물들의 복장과 무기 캐릭터 인형 등은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다. 영화 촬영지였던 뉴질랜드는 할리우드 영화의 컴퓨터그래픽(CG) 물량을 대거 수주하면서 영화산업이 급성장했다.
스코틀랜드의 민담을 소재로 한 소설 ‘해리포터’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고 영화와 게임 등으로 다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조앤 롤링은 영국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다.
세 작품은 고유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세계 시장에 통하는 문화상품으로 재탄생했다. 전통문화가 훌륭한 문화상품의 보고였던 셈이다. 콘텐츠의 미래도 전통문화, 즉 과거와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는 이유다.
전통문화는 보다 학술적인 문화 원형이라는 용어로 불린다. 문화 원형이란 협의로는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 속에 형성된 우리 민족문화의 모든 것(신화, 전설, 과학, 기술 등)을 의미한다. 광의로는 민족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는 집단 무의식을 구체화한 결과물을 일컫는다.
이런 우리 문화 원형을 바탕으로 만든 한류 콘텐츠를 한국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외국인들이 즐겁게 소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을 집약한 원형 설화(여행 탐험 등)와 원형 인물(주인공, 어머니) 등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사랑 복수 음모 등을 다룬 플롯은 국경을 초월해 보편성을 띤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 원형 스토리는 시공을 초월해 변형 재생산된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 ‘타이타닉’과 뮤지컬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등으로 재탄생했다. 라클로의 ‘위험한 관계’는 무수한 유럽 영화에서 리바이벌하다 한국영화 ‘스캔들’로 다시 만들어졌다. 대중적인 스토리텔링에서 반복되는 문화 원형의 정체를 파악하면 흥행 콘텐츠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문화 원형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문학에 정보기술(IT)을 접목했다. 문화 원형을 테마별로 디지털 콘텐츠화해 애니메이션 음악 출판 전자책 만화 캐릭터 영화 등의 창작 소재로 제공해 문화콘텐츠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핵심 기술은 현대인들이 쉽게 받아들이도록 가상현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200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총 650억원을 투입해 30만여건의 아이템을 개발했다. 역사 민속 신화 건축 예술 등 각 분야를 망라하는 아이템은 문화콘텐츠닷컴에 공개돼 업계에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 디지털 콘텐츠에 나온 공길이라는 광대는 흥행 영화 ‘왕의 남자’의 모티브가 됐다. 실록의 짧은 기록을 상상력을 동원해 재창조했다. 극중 경복궁 연희 장면도 이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조선시대 검안 기록을 재구성한 수사기록물’이라는 제목의 디지털 콘텐츠는 영화 ‘혈의 누’와 방송 드라마 ‘별순검’ 등에 쓰였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의상 콘텐츠는 ‘임진록’ ‘거상’ 등의 게임에 적용됐다. 영화 ‘황진이’는 조선시대 기녀문화와 한국의 전통 장신구 관련 기록을 활용했다. 고구려 건국설화 콘텐츠를 활용한 드라마 ‘주몽’은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문구류 등 캐릭터 상품과 함께 테마파크까지 만들어졌다.
자수 문양과 능화문을 배경으로 그린 뿌까 캐릭터는 해외에 수출됐다. 국립 공연예술박물관에는 한국 근대음악의 원형이란 디지털 콘텐츠가 활용됐다. 또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에서는 한국 디지털 문화원형전이 열리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전통문화와 문화 원형을 창조적으로 발전시킬 목적으로 ‘한류문화진흥단’을 공식 출범했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 우리가 사용하는 상품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전통문화를 접목하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이다.
최초의 한옥 동사무소인 혜화동 주민센터가 일례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공공기관 건물에 도입해 미학적으로 성과를 나타냈을 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한눈에 알렸다. 문화부는 앞으로 아파트, 호텔 등 민간 부문의 현대적 공간에 한국적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적용할 수 있도록 고품격 모델을 개발하고 시범 사례를 조성하기로 했다.
전통문화 장인과 현대적 감각의 디자이너가 협업해 만든 나전칠기 스마트폰 케이스, 민화를 프린트한 티셔츠, 한복의 동정과 고름을 접목한 재킷 등도 적극 개발할 계획이다. 문학 미술 등 순수예술과 영화 게임 콘텐츠 등 문화산업 측면에서 진흥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