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준법지원인 적용 범위를 다룬 상법 시행령안에 대해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기로 해 논란에 휩싸였다. 반면 법제처는 규개위를 거치지 않을 경우 법안을 심사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오는 4월15일 제도 시행을 앞두고 법제화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

5일 정부에 따르면 총리실은 법무부와 업무 협의 과정에서 상법 시행령안은 규개위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법무부는 “받을 필요가 없다”며 완강히 버텼고 이에 총리실은 “그럼 알아서 판단하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31일 준법지원인 적용 대상을 자산 5000억원 이상 상장회사로 정하는 시행령안을 확정하고 “규개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법제처 심사를 받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행정규제기본법 10조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법령안을 통해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려면 법제처 심사 전 규개위에 심사를 요청해야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기업이 준법지원인을 두는 것은 국가 대 개인 간이 아니라 여러 개인들의 이해관계 문제”라며 “규개위에서 낸 ‘행정규제 개념 및 판단기준’에 따르면 민법과 상법은 규개위 심사 대상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행정규제 개념 및 판단기준은 규개위가 각 정부 부처에 심사 대상과 관련해 배포한 안내서다. 이 기준에는 행정규제의 내용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로 ‘국민의 일반적인 민사, 상사생활을 규율하는 민법, 상법 혹은 이와 동일한 정도의 규정’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규개위의 해석은 법무부와 다르다. 규개위 관계자는 “국민의 일반적인 민사, 상사생활을 규율하는 경우에 행정규제가 아니라는 것이지 모두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며 “민법이나 상법 중에서도 사단법인 관련 규제에 대해 규개위 심사를 받은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총리실 일각에서는 상법 시행령안 입법예고 과정에서 “워낙 명백한 규제라 심사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법제처 관계자는 “규개위 심사를 거치지 않을 경우 상법 시행령안에 대한 심사를 받아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임도원/남윤선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