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혹한(酷寒)
북극 탐험가와 남극 탐험가가 서로 자신이 더 추운 곳에서 고생했다고 자랑했다. 먼저 북극 탐험가가 말했다. “북극에선 추위가 얼마나 지독했던지 촛불이 얼어서 아무리 불어도 꺼지질 않더군.” 남극 탐험가가 응수했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야. 남극에서는 입으로 내뱉는 말이 모두 얼음 조각이 되어서 그걸 프라이팬에 녹이지 않고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더라고.”

시답잖은 농담이지만 50,60년대 시골에서 자란 중장년층들에겐 모질게 춥던 기억들이 있다. 손발이 뼛속까지 시리고 몸이 뻣뻣하게 굳을 정도로 춥기가 예사였다. 방에서도 웃풍이 얼마나 셌던지 입김이 허옇게 날렸다. 머리맡에 놓아두었던 물그릇이 밤새 꽁꽁 얼어붙기도 했다. 아침에 밖에서 세수를 하고 방으로 들어오려면 손이 쇠 문고리에 쩍 달라붙었다. 방한이 부실했기에 추위를 더 느꼈을까.

그때만큼은 아니지만 입춘(4일)을 앞두고 막바지 추위가 매섭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3~17도로 떨어지고 전방 고지는 영하 20도를 오르내린단다. 바람까지 불어대니 체감기온은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 3일 오후부터는 풀린다는 예보지만 방심했다가는 건강을 잃기 십상이다.

가장 중요한 건 체온 유지다. 사람 체온은 신체 부위마다 조금씩 다른 게 특징이다. 귀, 코, 목, 겨드랑이, 입 순서로 온도가 높다. 두터운 옷도 옷이지만 귀마개와 마스크를 하고 목도리를 두르면 한결 덜 추운 이유다. 추위에 노출됐을 때 왼쪽 뺨 온도가 오른쪽보다 조금 높다. 왼쪽 뺨이 심장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몸무게가 비슷할 경우 남자보다 여자가 추위를 더 탄다. 여자 몸의 표면적이 더 넓은 반면 열을 발생시키는 근육량은 적어서란다. 겨울에 몸무게가 불어나는 것도 체온과 관계가 있다. 체온이 떨어지면서 기초대사량이 줄어드는 탓이다. 체온이 1도 낮아지면 신진대사율이 12% 감소하고, 백혈구 활동이 약해지면서 면역력도 뚝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겨울엔 감기 몸살에도 자주 걸린다.

체온을 올리려면 38~40도의 따뜻한 물에서 반신욕을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옷 벗기가 귀찮으면 족(足)욕이나 수(手)욕을 10~15분씩만 해도 좋다. 물론 더 효과적인 건 운동이다. 단단히 방한 채비를 한 후 집 주변을 걷거나 등산 스키 등을 즐기다 보면 추위가 저만치 달아난다. 이왕 혹한(酷寒)이 찾아왔으니 추위에 대한 내성을 키워보란 얘기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