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사망자가 최근 5일간 200명을 넘어서는 등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제사회는 내전 종결을 위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 논의를 시작했지만 러시아 등의 반대로 합의가 어려울 전망이다. 리비아 내전 당시 한 달 만에 군사개입을 결정했던 서방세계는 경제적, 정치적 이득이 없다는 이유로 시리아 사태를 1년째 방관하고 있어 정부군에 의한 대량 학살 사태까지 우려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대한 비공개 회의를 시작했다고 1일 보도했다. 결의안에는 아랍연맹이 지난 1월22일 알아사드 대통령을 만나 요청했던 유혈진압 중단과 권력이양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결의안 채택 가능성은 낮다. 시리아와 긴밀한 관계인 러시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 중국도 시리아 편이다. 안보리는 작년 10월에도 시리아 제재를 경고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해 표결을 실시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서방도 리비아 사태 때와는 달리 적극적 개입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은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지 약 한 달 만인 작년 3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연합군을 투입해 약 7개월 만에 내전을 끝냈다. 반면 비슷한 시기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시리아에서는 1년 가까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사망자는 5500여명까지 늘어났다.

서방이 ‘강 건너 불 구경하는’ 이유는 우선 경제적 이득이 없기 때문이다. 시리아의 원유 매장량은 약 25억배럴로 리비아(약 460억배럴)의 5% 수준이다. 러시아의 유엔 결의안 채택 반대도 경제적 이유에 따른 것이다. 유엔 제재가 시행되면 시리아에 무기를 수출해온 러시아는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지금까지 계약된 무기거래가 불발되면 러시아의 피해 규모는 5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군사적 부담도 걸림돌이다. 자국 중심의 아랍 통합을 강조하는 등 기행을 일삼으며 ‘아랍의 왕따’를 자처한 리비아와는 달리 시리아는 러시아, 이란, 레바논 무장세력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등 서방의 골칫거리들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서방의 섣부른 군사개입은 사태를 걷잡을 수 없이 악화시킬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리아는 32만여명의 정규군과 20만명의 예비군 병력을 유지하고 있고 화학무기 보유량도 세계 1위”라고 지적했다.

시민군의 구심점이 없는 것도 약점이다. 블룸버그는 “집권 바트당이 1971년부터 1당 독재를 이어온 탓에 야권 세력이 취약해 조직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방이 의존해온 외교 채널도 삐걱거리고 있다. 최근 걸프협력회의와 아랍연맹은 시리아에 감시단을 파견했지만 사태가 악화되자 감시활동을 포기하고 유엔에 공을 넘겼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