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죽이고 PC게임…폭행 생중계 히히덕

돈 때문에 친구를 목 졸라 살해한 고교생이 빼앗은 돈으로 버젓이 게임을 즐기는가 하면 친구를 집단폭행하는 장면을 생중계하는 등 청소년들의 죄의식이 실종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학교폭력의 범행 수법이 갈수록 대담해지고 잔인해져 근본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친구를 살해한 혐의(강도살인)로 31일 경찰에 검거된 고교생 김모(16)군은 숨진 친구의 주머니를 뒤져 나온 돈으로 범행 직후 근처의 단골 PC방을 찾아 날이 밝을 때까지 게임을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

김군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려고 뒤돌아선 친구를 가지고 있던 끈으로 목졸라 살해하는 등 범행 수법도 잔인했다.

"돈을 갚지 않으면 어머니께 말해서라도 받겠다"는 친구의 말 한마디를 참지 못하고 초등ㆍ중학교 동창인 친구를 살해하기까지 이른 계기도 기껏 돈 10만원에 불과했다.

김군은 이처럼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경찰에 붙잡힐 때까지 나흘간 집과 PC방을 오가며 평소처럼 생활했다.

주변에서도 김군이 범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짐작하지 못할 정도였다.

앞서 전날에는 함께 어울려 다니던 친구를 집단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황모(15ㆍ가명)군 등 중학생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성북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친구 A(15)군을 집단폭행한 뒤 A군이 자신의 할아버지에게 이를 말했다는 이유로 다시 A군을 끌고 나와 사흘간 집단폭행했다.

특히 이들은 라이터로 옷 위에 불을 대는가 하면 폭행장면을 휴대전화 화상통화로 찍어 여자친구에게 보여주며 웃기까지 했고, A군이 가해자의 여자친구에게 '살려달라'고 빌게 하는 등 폭행이 가학적인 수준에 이를 정도로 잔인했다.

이처럼 청소년 범죄가 날로 흉포해지는 가운데 2010년 발생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4대 강력범죄 피의자 중 청소년은 모두 3천42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의 2천322명보다 48%나 증가한 수치다.

2009~2010년 강력범죄 증감 현황을 보면 강간범이 2008년 464명에서 2010년 2천29명으로 2년새 337%나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살인범도 19명에서 23명으로 21% 늘었다.

반면 2010년 청소년 피의자는 총 9만4천862명으로 2년 전보다 23% 정도 감소세를 보였다.

청소년 범죄 전체 발생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범죄의 질은 점점 더 잔혹하게 바뀌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박기웅 팀장은 "소외된 청소년들이 늘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잔인해지고 있다"며 "가정에서부터 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청소년들을 보살필 수 있는 관심과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흠 기자 jo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