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돼지구이 '일품'
지난 주말 찾은 보틴은 세월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노인과 바다’를 쓴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들렀던 식당의 낡은 테이블과 의자는 친근하게 느껴졌다.
보틴은 점심에는 1~4시, 저녁에는 8~12시에 영업한다. 식사를 우리보다 두세 시간 늦게 먹는 스페인 사람들의 문화 때문이다.
‘최고(最古)’의 식당에는 어떤 특별한 음식이 있을까. 특별함이 없어서 특별하다는 게 맞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샐러드 보틴’(13.8유로)은 큼지막한 볼에 양상추 베이컨 아스파라거스 토마토 등을 담은 신선한 샐러드였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새끼돼지 구이’(23.45유로)는 잡냄새 없이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었다. 계란을 곁들인 마늘 수프, 먹물을 가미한 오징어 요리, 스크램블에그 등 스페인 가정식이 보틴의 주 메뉴다. 요리 가격은 7~24유로 수준.
하루 600~700명의 손님이 다녀간다고 이곳 매니저는 설명했다. 한국인을 포함, 외국인 관광객도 적지 않게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1층 현관 옆 진열장에는 기네스북 인증서와 각종 전시품들이 관광객의 눈길을 끌었다. 회전율을 고려한 탓인지 그릇을 비우면 서둘러 치우는 직원들을 보면서 ‘관광객 전문 식당’이 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인 보틴에는 60여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곳에서 디저트를 만들고 있다는 란디 오브라 씨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전했다. 일한 지 18년이 됐다는 그는 말을 이었다. “나는 오래 일한 축에 속하지 않아요. 30~4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있습니다. 나도 그러고 싶어요.”
마드리드=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