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주심 판사의 변명
‘판사 석궁테러 사건’의 시발점이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소송 항소심에서 주심을 맡았던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사진)가 당시 재판부 전원이 김 전 교수의 손을 들어주려 했었다고 25일 밝혔다. 이 판사는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을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반대하는 글을 올려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판사는 이날 법원 인터넷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심판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법원조직법을 어기지 않으려고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해 말하지 않으려 했다”며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조차 ‘엉터리 판결을 했다’ ‘외부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메일을 받아 실정법 위반임을 알면서도 합의내용을 공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한 불이익은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이 판사는 당시 판결에 대해 “최초 결심 후 당시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부장판사(현 의정부지법원장)를 포함해 만장일치로 김 교수의 승소로 합의가 이뤄졌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러나 내가 판결문을 작성하던 중 김 교수의 청구가 ‘1996년 3월1일자 재임용 거부를 무효로 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발견하고 법정공휴일인 삼일절에 거부처분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변론을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이어 “이 부분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삼일절엔 아무 일을 하지 않았다’는 학교 측의 입증만으로 대법원에서 패소할 수 있기 때문에 김 교수를 위해 변론을 재개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장이었던 박 법원장은 김 교수의 승소를 확실히 하기 위해 변론을 재개했는데 도리어 결론을 뒤집게 된 상황이 벌어진 데 대해 안타까움을 공감했다”며 “(박 법원장이) 어떤 이득을 얻으려고 자해하고 증거를 조작하겠나”고 반문했다. 이어 “이 사건을 다룬 영화는 영화일 뿐 실제와 혼동하지는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판사 석궁테러 사건’은 김 전 교수가 복직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자 2006년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박 법원장을 집 앞에서 석궁으로 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최근 큰 논란이 되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사건이기도 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