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3년…월스트리트가 달라진다] '헤지펀드 거물' 소로스, 고객돈 돌려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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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규제강화에 반발…가족 돈만 운영키로
지난해 7월26일 헤지펀드의 전설 조지 소로스는 갑자기 은퇴를 선언했다. 소로스펀드에 투자한 외부 투자자들에게 10억달러의 투자금을 돌려주기로 한 것. 하지만 펀드업계에서 그의 결정을 진짜 은퇴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소로스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앞으로 소로스펀드를 가족펀드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10억달러를 돌려줬지만 그의 가족펀드에 남은 돈은 245억달러. 사실상 운영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은 셈이다. 같은해 3월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도 운영자산 70억달러의 펀드에서 17억6000만달러 상당의 고객돈을 모두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소로스와 아이칸의 ‘은퇴 아닌 은퇴’는 금융위기 이후 비밀이 사라진 헤지펀드 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2010년 의회를 통과한 도드-프랭크 금융규제법에 따르면 250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굴리는 펀드들은 2012년 3월까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하도록 했다.
등록된 펀드들은 분기별로 운용자산규모, 레버리지(차입투자) 활용 여부, 보유 자산의 종류, 투자 전략 등을 신고해야 한다. 다만 도드-프랭크법은 가족펀드들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미 자신의 돈만 수십억~수백억달러에 달하는 소로스와 아이칸은 ‘영업비밀’인 투자전략을 공개하느니 얼마되지 않는 외부 투자금을 돌려주고 가족펀드로 전환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하지만 자신의 돈보다는 고객돈을 투자받아 수수료로 먹고 사는 일반 헤지펀드들은 소로스와 아이칸처럼 고객돈을 돌려주는 것은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비밀을 공개해야 하는 셈이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경쟁 펀드들이 우리의 전략을 알지 못하도록 하려면 매 분기 신고 전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며 “규제 준수를 위한 각종 비용까지 고려하면 투자 이외에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졌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
소로스와 아이칸의 ‘은퇴 아닌 은퇴’는 금융위기 이후 비밀이 사라진 헤지펀드 업계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2010년 의회를 통과한 도드-프랭크 금융규제법에 따르면 2500만달러 이상의 자산을 굴리는 펀드들은 2012년 3월까지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등록하도록 했다.
등록된 펀드들은 분기별로 운용자산규모, 레버리지(차입투자) 활용 여부, 보유 자산의 종류, 투자 전략 등을 신고해야 한다. 다만 도드-프랭크법은 가족펀드들은 등록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미 자신의 돈만 수십억~수백억달러에 달하는 소로스와 아이칸은 ‘영업비밀’인 투자전략을 공개하느니 얼마되지 않는 외부 투자금을 돌려주고 가족펀드로 전환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셈이다.하지만 자신의 돈보다는 고객돈을 투자받아 수수료로 먹고 사는 일반 헤지펀드들은 소로스와 아이칸처럼 고객돈을 돌려주는 것은 사업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 울며 겨자먹기로 영업비밀을 공개해야 하는 셈이다.
한 헤지펀드 매니저는 “경쟁 펀드들이 우리의 전략을 알지 못하도록 하려면 매 분기 신고 전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며 “규제 준수를 위한 각종 비용까지 고려하면 투자 이외에 신경 쓸 일이 너무 많아졌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