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중심으로 ‘비만세(fat tax)’를 도입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비만인 사람들은 매사에 자신감이 없고,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쉬우며, 기업생산성 저하 등 사회적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전염병’으로까지 불리는 비만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하는 까닭이다.

◆비만인구 향후 10년간 50% 증가

지구촌 최대 '전염병'…특효약은 세금?
기획재정부는 ‘비만을 바라보는 세계 경제적 시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25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체질량지수(BMI)다.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 30보다 크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체질을 감안해 ‘25 이상’을 비만으로 간주한다.

WHO는 비만 인구를 10억명으로 추정했다. 비만 인구는 향후 10년간 5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23.4%가 비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지방 소금 등을 많이 섭취하는 식생활 변화와 운동량 감소 등이 주요 원인이다.

비만으로 인한 심장 질환은 전 세계 사망률 1위다. 사회적으로는 건강보험비용 증가 등 재정부담을 가중시키고 기업 생산성 저하 등의 문제를 야기한다.

◆“비만 식품에 세금을”

세계 각국은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관련 제품을 적극적으로 알리거나 수요량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한 유럽을 중심으로 비만 식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비만세 도입이 늘고 있다.

예컨대 헝가리는 소금 설탕 지방 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개당 10포린트(약 55원)의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햄버거법’을 통과시켰다. 덴마크는 2.3% 이상 포화지방이 함유된 식품에 지방 1㎏당 16덴마크크로네(약 3400원)의 세금을 매기고 있다. 청량음료와 주류에도 관세율 10%를 추가로 적용한다. 프랑스는 330㎖ 용량의 청량음료 캔 하나당 0.02유로(약 30원)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한국은 비만세 도입에 부정적

한국에서도 비만은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 중장년층은 물론 소아·청소년에서도 비만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만세를 도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저소득층의 식품 구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물가상승 등의 부정적인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모든 품목에 동일한 부가가치세율(10%)이 적용돼 품목별 차등 과세를 하기 어렵다.

정부는 대신 비만 방지를 위한 성별·연령별 맞춤형 프로그램과 대책을 개발해 보급할 방침이다.

조원경 재정부 대외경제총괄과장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세수확대 수단으로 비만세를 논하는 것은 어렵다”며 “건강한 식생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신흥국 간 정책 공조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