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 새 주인공은 '구조조정 전문가'
지난 20일 뉴욕 남부 맨해튼 웨스트스트리트에 위치한 골드만삭스 본사. 이날 2011년 보너스가 지급되자 회사가 술렁거렸다. 트레이더와 기업금융 담당 직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불평하며 하루를 보냈다. 채권 트레이더들은 전년에 비해 보너스가 60% 깎였고 과거 8만달러는 너끈히 챙겼던 1년차 애널리스트들도 2만달러를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미국 1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의 보너스가 크게 줄어든 것은 작년 순이익이 25억1000만달러로 2010년(77억1300만달러)보다 67%나 감소한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2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도 지난해 순이익이 20억6700만달러로 전년보다 42% 급감했다. 메릴린치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투자은행 부문의 이익 규모가 각각 53%나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 3년. 과거 화려했던 월스트리트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실적 악화의 주범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둔화다. 2010년 경기가 반짝 좋아졌을 때 늘렸던 고용은 10만명이 넘는 직원의 해고로 반전됐다. 존 폴슨 등 전설적 펀드매니저들도 대표 펀드가 50%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헤지펀드는 굴욕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골드만삭스가 1999년 혹은 2006년으로 돌아갈 일은 없을 것”(브래드 힌츠 샌퍼드번스타인 선임 애널리스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자기자본 거래를 금지하는 ‘볼커 룰’ 등 규제 강화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 직접투자(PI) 매출은 2010년 69억3200만달러에서 지난해 15억700만달러로 78%나 줄었다. “트레이딩의 신(神)이라는 골드만삭스의 별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미국 CNBC)는 지적이다. IB들이 자기자본의 50배씩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돈을 벌던 시절이 끝났다는 뜻이다.

위축된 대형 IB들을 대신해 월스트리트의 주인공 자리를 꿰찬 것은 구조조정 업계다.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들의 채무를 해결해주고 턴어라운드를 도와주는 구조조정 자문사들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지난해 이들이 ‘해결사’ 역할을 맡은 부실채권 규모는 5억4453만달러. 2010년 2억7786만달러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금융권 인재들이 잇따라 구조조정 전문 IB에 이력서를 제출하고 있다. 세계 금융의 상징인 월가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