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나의 친구, 故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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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그간의 심경을 밝혀 화제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현대차 비자금 사건, 현직 부장판사의 사상 초유 기소까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사고와 함께했던 유독(?) ‘팔자 센’ 솔개총장 정상명이 ‘팔자 핀’ 자연인이 되어 돌아왔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경북 의성군 다인면 고향까지 7박 8일간의 여정으로 240km 600리길을 걸어 나섰다. 차로 가면 2시간 반이면 갈 길을 굳이 걸어서 간다는 그의 고집에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역시나 하루에 40km를 걷는 날엔 물집이 잡히고, 발병이 났다. 하지만, 굽이굽이 힘든 고개 길의 문턱,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을 견디고 나면 고개 너머 반가운 고향이 보이는 환희의 순간을 맛보기도 했다.
관용차를 타고 수차례 갔던 길을 이순을 넘은 나이에 뚜벅뚜벅 두 다리로 걸어가며 그 길에서 깨달은 아주 평범한 진리들을 '정진홍의 휴먼파워'에서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수사권을 휘두르던 전직 칼잡이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떠난 무소유의 여행, 설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떠난 그의 특별한 고향 길.
“아픈 줄 알면서도 칼을 대는 게 그게 제대로 된 의사고 제대로 된 검사입니다.”
“전생에 큰 업을 타고나서 검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장수하는 새, 솔개는 생의 중턱에서 중대한 선택을 한다.
40년쯤 살면 가슴에 닿을 정도로 길게 구부러지는 부리를 바위에 쪼아 새 부리를 나게 하고, 그 부리로 노화된 발톱을 뽑아내고, 무거워진 깃털들을 뽑아 새 삶을 시작한다.
그 때문일까?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부임하던 해에 사람들은 그에게 솔개총장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수식어 ‘기획 수사’.
정확히 30년하고도 3개월의 검찰 생활. 정상명 전 총장에겐 아직도 변하지 않는 신념이 있다. 한 사람의 과거를 지금 현재에 들춰 내 법의 잣대로 재는 일은 때론 비난을 받을지라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최소한의 통증과 상처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억센 경상도 사나이의 전라도 부임의 평검사 시절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검찰총장 시절, 현직에서 물러난 지 4년 남짓한 시간, 그 후의 자유로움과 허탈함까지, 고향 가는 길, 주막에 들려 막걸리 한 잔에 배추전 한 접시 놓고 듣는 그의 30년 검사 인생을 돌아본다.
그리운 나의 친구, 故 노무현 대통령
고향에 가는 설렘으로 기분 좋은 날, 그 길속엔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 중 그의 검사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사시 동기이자, 멋진 상사였고, 좋은 친구였던 故노무현 대통령. 지금도 그 이름을 떠올리면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할 만큼 먹먹해져 오는 이름이다. 30년 동안 몸 담았던 검찰과 오랜 벗과의 마찰, 그리고 지금도 믿기지 않는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게 된 복잡한 심경. 길에서 떠올린 故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회상한다.
“참담하지요...너무나 엄청난 일이지 않습니까. 굉장히 원칙주의자입니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담을 뚫고 지나가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은 아버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세상에서 가장 큰 멘토셨고, 가장 크게 존경하는 분이라고 주저 없이 꼽는 단 한 사람은 아버지이다. 그에게 아버지는 정미소, 과수원, 농기계 수리조합까지 홀로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시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셨던 도전과 희생정신의 표본이셨다.
그의 고향엔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집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항상 가장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그까이꺼~’하고 시원하게 내뱉던 아버지와의 아련한 기억까지 추억한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그간 “국민의 검찰 불신은 전체 1%도 안 되는 정치적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검찰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에서 자유롭고, 인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
정 전 총장은 '한강에 빠져도 물고기와 친구가 돼서 나올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의 뛰어난 친화력으로 주변에 사람들이 항상 들끓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 현대차 비자금 사건, 현직 부장판사의 사상 초유 기소까지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사고와 함께했던 유독(?) ‘팔자 센’ 솔개총장 정상명이 ‘팔자 핀’ 자연인이 되어 돌아왔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경북 의성군 다인면 고향까지 7박 8일간의 여정으로 240km 600리길을 걸어 나섰다. 차로 가면 2시간 반이면 갈 길을 굳이 걸어서 간다는 그의 고집에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역시나 하루에 40km를 걷는 날엔 물집이 잡히고, 발병이 났다. 하지만, 굽이굽이 힘든 고개 길의 문턱,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을 견디고 나면 고개 너머 반가운 고향이 보이는 환희의 순간을 맛보기도 했다.
관용차를 타고 수차례 갔던 길을 이순을 넘은 나이에 뚜벅뚜벅 두 다리로 걸어가며 그 길에서 깨달은 아주 평범한 진리들을 '정진홍의 휴먼파워'에서 이야기했다.
대한민국 수사권을 휘두르던 전직 칼잡이가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떠난 무소유의 여행, 설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떠난 그의 특별한 고향 길.
“아픈 줄 알면서도 칼을 대는 게 그게 제대로 된 의사고 제대로 된 검사입니다.”
“전생에 큰 업을 타고나서 검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장수하는 새, 솔개는 생의 중턱에서 중대한 선택을 한다.
40년쯤 살면 가슴에 닿을 정도로 길게 구부러지는 부리를 바위에 쪼아 새 부리를 나게 하고, 그 부리로 노화된 발톱을 뽑아내고, 무거워진 깃털들을 뽑아 새 삶을 시작한다.
그 때문일까?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부임하던 해에 사람들은 그에게 솔개총장이란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그에게 따라다니는 또 하나의 수식어 ‘기획 수사’.
정확히 30년하고도 3개월의 검찰 생활. 정상명 전 총장에겐 아직도 변하지 않는 신념이 있다. 한 사람의 과거를 지금 현재에 들춰 내 법의 잣대로 재는 일은 때론 비난을 받을지라도 정확하고 신속하게 최소한의 통증과 상처로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억센 경상도 사나이의 전라도 부임의 평검사 시절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검찰총장 시절, 현직에서 물러난 지 4년 남짓한 시간, 그 후의 자유로움과 허탈함까지, 고향 가는 길, 주막에 들려 막걸리 한 잔에 배추전 한 접시 놓고 듣는 그의 30년 검사 인생을 돌아본다.
그리운 나의 친구, 故 노무현 대통령
고향에 가는 설렘으로 기분 좋은 날, 그 길속엔 그리운 얼굴들이 떠오른다.
그 중 그의 검사 인생에서 빼 놓을 수 없는 또 한 사람이 있다. 사시 동기이자, 멋진 상사였고, 좋은 친구였던 故노무현 대통령. 지금도 그 이름을 떠올리면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할 만큼 먹먹해져 오는 이름이다. 30년 동안 몸 담았던 검찰과 오랜 벗과의 마찰, 그리고 지금도 믿기지 않는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을 접하게 된 복잡한 심경. 길에서 떠올린 故노무현 대통령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회상한다.
“참담하지요...너무나 엄청난 일이지 않습니까. 굉장히 원칙주의자입니다.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담을 뚫고 지나가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분은 아버지라고 합니다”
그리고,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세상에서 가장 큰 멘토셨고, 가장 크게 존경하는 분이라고 주저 없이 꼽는 단 한 사람은 아버지이다. 그에게 아버지는 정미소, 과수원, 농기계 수리조합까지 홀로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시골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셨던 도전과 희생정신의 표본이셨다.
그의 고향엔 몇 해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집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있다. 항상 가장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그까이꺼~’하고 시원하게 내뱉던 아버지와의 아련한 기억까지 추억한다.
정상명 전 검찰총장은 그간 “국민의 검찰 불신은 전체 1%도 안 되는 정치적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검찰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정치에서 자유롭고, 인사에서 자유로워야 한다”고 늘 강조해왔다.
정 전 총장은 '한강에 빠져도 물고기와 친구가 돼서 나올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의 뛰어난 친화력으로 주변에 사람들이 항상 들끓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경닷컴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