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풍경] 시베리아의 네 남자
강이 남에서 북으로 흐르면 골치다. 시베리아의 강들이 겨울이면 몸살을 앓는 것도 그렇다. 강이 따뜻한 남쪽에서 혹한이 몰아치는 극지방으로 흐르다 보니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시베리아 중심을 관통하는 예니세이 강도 사정은 마찬가지. 강물이 얼어붙는 바람에 바이칼 호에서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물이 갈 곳을 잃고 범람, 겨울 홍수를 빈번하게 일으키는 것이다.

그러나 강의 중류에 자리한 디프노고르스키 지역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부근에 크라스노야르스크 댐이 건설된 이후 이곳에 저장된 엄청난 양의 물이 발산하는 온기로 인해 사시사철 강물이 얼어붙지 않기 때문이다. 영하 30도의 강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물은 유유히 흐른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삶에도 변화가 생겼다. 겨울에도 수영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저기 수영동호회도 생겼다. 오늘도 한 클럽의 모임이 있는 날. 워밍업을 하는 네 남자가 힘차게 외친다. “여름을 잘 나려면 겨울에 운동하세요.”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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