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2주째 기름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출범한 알뜰주유소도 공급가 상승을 버티지 못하고 전국 평균 휘발유값 상승폭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렸다. 당분간 국내 유가 강세가 예상돼 정부가 이달 내로 계획 중인 대도시 알뜰주유소 출범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름값 지난해 설보다 7% 상승

기름값 2주째 '高高'…알뜰주유소도 속수무책
서울 지역 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19일 오후 ℓ당 2041원86전을 찍었다. 올 들어 최고가로, 지난 5일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지난해 10월 역대 최고치 2067원26전에 25원 차이로 다가섰다. 전국 평균 가격도 올해 최고가인 ℓ당 1963원8전까지 치솟았다.

설 연휴를 앞둔 귀향객들의 부담도 커졌다.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지난해 2월 설 때 ℓ당 1837원34전보다 125원 이상 올랐다. 경부고속도로 기준 417.4㎞인 서울과 부산을 연비 12㎞의 차로 오간다고 단순 계산하면 기름값은 지난해 12만7874원에서 올해는 13만6552원으로 늘어난다. 휘발유 물가만 7%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정유업계는 미국 경기지표 호조와 이란 제재 변수 등으로 최근 4주 연속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환율도 강세여서 기름값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알뜰주유소 1호점 ℓ당 64원↑

들썩이는 기름값에 알뜰주유소 휘발유가도 속수무책이다. 19일 기준 알뜰주유소 1호점인 용인 마평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은 ℓ당 1909원이다. 지난달 29일 출범할 당시 1845원에서 20여일 만에 64원 상승했다.

경기도 평균보다 알뜰주유소의 휘발유가 오름폭은 더 컸다. 알뜰주유소 출범 당시 1940원6전이던 경기지역 평균 보통휘발유 가격은 19일 1976원69전으로, 36원63전 올랐다. 국내 유가 변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울지역의 45원1전보다도 상승폭이 가팔랐다.

기름값 오름세에 알뜰주유소의 휘발유값마저 급등하면서 주변 주유소들보다 80~100원가량 싼 가격에 공급하겠다던 출범 취지마저 무색해졌다. 주변 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보다 5~20원가량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무리한 마진 조정과 저가 전략이 기름값 상승세를 감당하지 못해 무너진 것”이라며 “당분간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과 주유소 판매가격 모두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알뜰주유소의 판매가도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내 총 200곳의 알뜰주유소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지식경제부의 계획에도 암초가 될 전망이다. 지경부는 이달 중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대도시 자가폴 주유소를 대상으로 알뜰주유소를 선정할 예정이다. 한 주유소 관계자는 “1호점과 달리 도심지역일수록 판매가가 높고 인근 주유소들과의 경쟁이 치열하다”며 “큰 가격 변동성으로 판매가가 주변과 확실히 차별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알뜰주유소의 이점이 없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