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은행들이 사회공헌활동 한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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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본분은 효율적 자금중개…손쉬운 장사로는 비난 못 면해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팬택과 채권단 사이에 벌어진 일은 한 편의 코미디다. 경영권도 없는 워크아웃 기업 창업자가 돌연 퇴진을 선언했는데 갑과 을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질질 끌어오던 신디케이트론이 단 하루 만에 이뤄지더니 워크아웃 졸업의 문이 활짝 열렸다. 채권단은 머리를 조아려 창업자를 되모셔오기까지 했으니….
팬택은 이제 괜찮은 기업이 됐다. 18분기 연속 흑자가 그간의 노고를 잘 설명해준다. 빚도 정리됐고, 이자보상배율도 5는 넘는다. 워크아웃 졸업의 조건은 다 갖췄다. 그런데 몇몇 은행이 마지막 차환대출을 비틀었다. 이유가 한심하다. 내가 이 자리에 있을 때 책임 지기 싫고, 담보는 더 받아내야 하고…. 막판에 은행의 고질병이 도졌다. 고약한 창업자가 참다못해 배수진을 쳤다. 사퇴 카드다. 채권단이 역공을 맞았다. 내 탓이 됐다가는 낭패다싶자 앞다퉈 뛰기 시작했다. 매일 빌고 졸라도 안 되던 일이 단숨에 해결됐다.
은행은 바뀌지 않았다.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워크아웃 기업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용을 되찾는 일이다. 그런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면 다른 것은 보나마나다. 3조원 외형의 대기업이다. 중소기업들이 어떤 대접을 받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중소기업은 요즘 한겨울이다. 중기 대출은 지난달 10조2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월별 기업대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말이 10조원이지, 수많은 중기가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중기 연체율이 2%대로 올랐으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다. 문제는 무턱댄 대출 중단이다. 조선 해운 건설은 아예 문전박대다. 서류를 건네도 본척만척이다. 대출 심사는 없다. 업종 자체가 모두 부실기업이다.
은행의 전문성이 형편 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문제다. 경기가 좋을 때는 대출을 늘리고, 경기가 나쁠 때는 대출을 줄인다. 대출은 경기순응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지만 그건 창피를 모르는 철면피적 변명이다. 업종 전체를 대출금지로 묶는 행태부터 그렇다. 동일한 업종이라고 개별 기업의 사정이 어떻게 같겠는가. 업종이 다 망가졌어도 잠시 숨을 고르면 살아날 기업이 있고, 빨간약만 발라줘도 펄펄 뛰어다닐 기업이 있다. 처방이 달라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일괄적이다. 은행 하기가 이리도 쉬울 줄이야.
다른 업종이라고 다르지 않다. 반드시 보증과 담보가 필요하다. 기술 기업은 기보의 보증 없인 꼼짝달싹할 수 없다. 보증도 보증이지만 은행들이 기술을 심사할 능력이 전혀 없어서다. 보증을 받아와도 다시 심사한다. 기술을 모르니 심사는 재무제표가 중심이다. 창업 기업들은 당연히 제외다. 게다가 꺾기는 여전하다.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중기의 보험 가입이 급증하는 이유다.
늘어나는 건 가계대출이다. 담보가 있으니 쉽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작년 말 341조원으로 20조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도 78조원으로 14조원 늘었다. 손 쉬운 장사만 늘어난 셈이다. 덕분에 은행들은 또 대규모 흑자를 냈다. 18개 은행이 18조원, 4대 금융지주가 10조원에 육박한다. 60%가 넘는 외국인 주주들은 배당을 늘리라고 아우성이다. 직원들도 성과급 타령이다. ‘돈잔치’ ‘탐욕’이라는 비난이 다시 터져 나온다. 그래서 서두르는 것이 사회공헌이다. 금융권이 올해 사회공헌활동에 쓰겠다고 다짐한 돈은 무려 1조3000억원이다. 전담부서까지 새로 만들었다. 요란스럽다. 철면피 영업을 해서 번 돈으로 찔끔 선의를 베풀겠다는 속셈인데, 그걸 누가 모르겠나. 정부 압력에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그 또한 변명이다. 당국자들보다 입김이 센 금융지주 회장들이 즐비한데 웬 정부 타령인지.
은행의 본업은 자금중개다. 자금을 수요자에게 제대로 배분하고, 부실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은행들이 할 일이다.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중기가 돌아가고, 산업이 돌아가고, 경제가 돌아간다. 사회공헌이 다른 데 있지 않다. 그게 바로 은행이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팬택은 이제 괜찮은 기업이 됐다. 18분기 연속 흑자가 그간의 노고를 잘 설명해준다. 빚도 정리됐고, 이자보상배율도 5는 넘는다. 워크아웃 졸업의 조건은 다 갖췄다. 그런데 몇몇 은행이 마지막 차환대출을 비틀었다. 이유가 한심하다. 내가 이 자리에 있을 때 책임 지기 싫고, 담보는 더 받아내야 하고…. 막판에 은행의 고질병이 도졌다. 고약한 창업자가 참다못해 배수진을 쳤다. 사퇴 카드다. 채권단이 역공을 맞았다. 내 탓이 됐다가는 낭패다싶자 앞다퉈 뛰기 시작했다. 매일 빌고 졸라도 안 되던 일이 단숨에 해결됐다.
은행은 바뀌지 않았다. 전혀 달라진 게 없다. 워크아웃 기업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용을 되찾는 일이다. 그런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했다면 다른 것은 보나마나다. 3조원 외형의 대기업이다. 중소기업들이 어떤 대접을 받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하다.
중소기업은 요즘 한겨울이다. 중기 대출은 지난달 10조2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월별 기업대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말이 10조원이지, 수많은 중기가 피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중기 연체율이 2%대로 올랐으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건 사실이다. 문제는 무턱댄 대출 중단이다. 조선 해운 건설은 아예 문전박대다. 서류를 건네도 본척만척이다. 대출 심사는 없다. 업종 자체가 모두 부실기업이다.
은행의 전문성이 형편 없다는 것은 스스로도 인정하는 문제다. 경기가 좋을 때는 대출을 늘리고, 경기가 나쁠 때는 대출을 줄인다. 대출은 경기순응적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지만 그건 창피를 모르는 철면피적 변명이다. 업종 전체를 대출금지로 묶는 행태부터 그렇다. 동일한 업종이라고 개별 기업의 사정이 어떻게 같겠는가. 업종이 다 망가졌어도 잠시 숨을 고르면 살아날 기업이 있고, 빨간약만 발라줘도 펄펄 뛰어다닐 기업이 있다. 처방이 달라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일괄적이다. 은행 하기가 이리도 쉬울 줄이야.
다른 업종이라고 다르지 않다. 반드시 보증과 담보가 필요하다. 기술 기업은 기보의 보증 없인 꼼짝달싹할 수 없다. 보증도 보증이지만 은행들이 기술을 심사할 능력이 전혀 없어서다. 보증을 받아와도 다시 심사한다. 기술을 모르니 심사는 재무제표가 중심이다. 창업 기업들은 당연히 제외다. 게다가 꺾기는 여전하다. 방카슈랑스 도입 이후 중기의 보험 가입이 급증하는 이유다.
늘어나는 건 가계대출이다. 담보가 있으니 쉽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작년 말 341조원으로 20조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도 78조원으로 14조원 늘었다. 손 쉬운 장사만 늘어난 셈이다. 덕분에 은행들은 또 대규모 흑자를 냈다. 18개 은행이 18조원, 4대 금융지주가 10조원에 육박한다. 60%가 넘는 외국인 주주들은 배당을 늘리라고 아우성이다. 직원들도 성과급 타령이다. ‘돈잔치’ ‘탐욕’이라는 비난이 다시 터져 나온다. 그래서 서두르는 것이 사회공헌이다. 금융권이 올해 사회공헌활동에 쓰겠다고 다짐한 돈은 무려 1조3000억원이다. 전담부서까지 새로 만들었다. 요란스럽다. 철면피 영업을 해서 번 돈으로 찔끔 선의를 베풀겠다는 속셈인데, 그걸 누가 모르겠나. 정부 압력에 어쩔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나 그 또한 변명이다. 당국자들보다 입김이 센 금융지주 회장들이 즐비한데 웬 정부 타령인지.
은행의 본업은 자금중개다. 자금을 수요자에게 제대로 배분하고, 부실기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게 은행들이 할 일이다.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야 중기가 돌아가고, 산업이 돌아가고, 경제가 돌아간다. 사회공헌이 다른 데 있지 않다. 그게 바로 은행이 사회에 공헌하는 길이다.
김정호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