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가 업무 도중 우연찮게 회사 실적이 지난해 큰 폭으로 개선됐다는 사장의 전화 통화를 들었다. 퇴근해서 이 내용을 부인에게 전했고, 부인이 정보를 듣고 주식을 매입했다면 이는 내부자거래에 해당할까. 식당 웨이터가 서빙 도중 손님으로 온 사장들이 인수·합병(M&A)을 시도한다는 대화를 엿듣고 해당 주식을 사서 이익을 본 경우는 어떨까.

외교통상부 직원들의 코스닥 해외자원 개발업체인 씨앤케이(CNK)인터내셔널 주식 취득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내부자거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내부자거래 성립요건 까다로워

내부자거래는 증시의 공정성과 투자자의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로 분류돼 법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지만 근절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금융감독원에 통보한 내부자거래(미공개 정보 이용) 건수는 78건으로, 전체 불공정행위 249건의 31.3%에 이른다. 이 가운데 43건은 혐의가 심각해 검찰에 고발 또는 통보된 상태다.

내부자거래가 성립되려면 법률적으로 크게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취득한 정보가 실적 증자 감자 등 투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내부 정보여야 한다. 둘째 내부자가 중요한 정보를 직무와 관련해 알게 된 경우로 한정된다. 셋째 정보를 이용한 투자자가 내부자나 준내부자(변호사 회계사 M&A 관련자 공무원 등 미공개 중요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이거나 1차 정보수령자(내부자나 준내부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수령한 자)여야 한다.

앞서 예로 든 운전기사의 경우는 이 세 가지 요건으로 봤을 때 내부자거래에 해당한다. 운전기사는 회사 종업원으로 직무 도중 미공개 정보를 취득했기 때문에 내부자에 속한다. 또 주식을 매입한 부인은 1차 정보수령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된다. 만약 그 부인의 얘기를 들은 동생이 주식을 샀다면 동생은 2차 정보수령자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

만약 택시기사였다면 회사 직무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내부자거래에 해당되지 않는다. 같은 논리로 우연찮게 M&A 정보를 취득한 식당 웨이터의 경우도 내부자거래로 볼 수 없다는 것이 법원 판례다.

외교부의 씨앤케이 내부자거래 논란도 자본시장법 관점으로 보면 두 가지 쟁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취득 정보에는 회사 내부에서 생성된 내부 정보와 정부 정책과 같은 외부 정보가 있는데 카메룬 다이아몬드 추정량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내부 정보로 볼 수 있느냐는 점이다.


◆내부자거래 처벌도 느슨

국내 내부자거래에 대한 법률은 2009년 자본시장법 도입과 함께 강화됐지만 아직도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매우 느슨한 편이다. 미국에선 2차 정보수령자는 물론이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모든 정보수령자를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유럽에선 앞서 예로 든 식당 웨이터도 처벌 대상이다. 법무법인 율촌의 김정수 고문은 “내부자거래는 정보가 여러 단계로 확산되기 때문에 2차 정보수령자도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처벌도 관대한 편이다. 징역형이라 해도 2~3년형이 고작이고,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얼마 전에도 주가 조작과 미공개 정보를 통해 100억원대 부당 이득을 올린 혐의로 기소된 L그룹의 인척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이 내부자거래 혐의로 헤지펀드의 거물 라즈 라자라트남에게 징역 11년을 선고한 것과 대조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내부 감시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와 관련한 악재성 정보를 활용하는 사례가 특히 많아 이를 방지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형/김유미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