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부 '변덕'으로 날아간 100억원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부 산하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게등위)의 불협화음으로 아케이드(오락실용) 게임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두 기관의 엇박자로 100억원 상당의 투자금을 날리게 생겼기 때문이다.

사연은 이렇다. 아케이드 게임업체 안다미로의 게임기인 ‘락앤롤’은 지난해 9월7일 게등위로부터 ‘전체이용가’ 등급을 받았다. 오락실에 게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게등위의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아케이드 게임업체들은 이 같은 결정에 따라 게임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100억원 가까이 투자했다는 게 업계 추산이다. 락앤롤은 ‘디스코팡팡’이라 불리는 야외 놀이시설 게임기를 오락실용으로 전환한 것이다.

그런데 인천의 한 야외 놀이시설에서 디스코팡팡을 운영하는 업체가 문화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게등위도 사전에 이 문제를 알고 있었다. 때문에 락앤롤에 대한 심의를 할 때 안정성 검사 자료를 받았고, 큰 하자가 없어 등급을 줬다. 그럼에도 문화부는 재심의를 요청했다. 게등위가 문화부의 산하기관이긴 하지만 특정 게임에 대해 등급 재논의를 지시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었다. 문화부의 재심의 요청에 게등위는 10월28일 재논의를 했다. 결과는 애초의 등급 분류가 정당하다는 것. 하지만 문화부는 이번에도 받아들이지 않고 다시 재논의를 요구했고, 11월4일 기존 결정이 번복돼 락앤롤은 등급 취소를 받았다. 문화부 관계자는 “락앤롤은 게임 관련법의 적용을 받는 게임이 아니고 관광법에서 다루는 위락시설 기구”라며 “애초 게등위에서 등급을 줄 수 없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업체들은 게임기 개발에 들어간 투자금을 모두 날리게 됐다. 락앤롤 제작사 안다미로는 서울행정법원에 게등위의 등급분류 취소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지난 12일 안다미로의 손을 들어줬다. 문화부와 게등위의 결정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본안소송이 아직 남아 있고,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기를 개발하기 전부터 수차례 문의를 하는 과정에서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 믿었던 게 죄냐”며 답답해 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으로 기업들이 비용과 시간을 허비했지만, 책임있는 해명은 들리지 않는다.

김주완 IT모바일부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