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가 군대다. 하지만 그동안 군의 이미지는 밝지만은 않았다. 의무 징집이기에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기에 억지로 가야 했고, 이는 병역기피와 비리가 횡행하게 된 원인이 됐다. 군대에 의해 굴곡진 현대사도 겪었다. 그러나 군이 목숨으로 지켜낸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두 세대 만에 후진국에서 후발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한 밑거름이 된 것도 군이다. 산업화 민주화를 이룬 지금도 군의 중요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이 변한 만큼 군대도 변하고 있다. 군 복무 중 학점을 따고 기술을 배우고 취미생활도 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군이 사회 발전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기에 여전히 부족하고 불만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관념론자들은 ‘가고 싶은 군대’를 만들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누구의 말마따나 먹어도 배고프고, 자도 졸립고, 입어도 추운 게 군대다. 많은 젊은이들은 여전히 군 복무기간을 인생의 블랙홀로 여긴다. 귀하게 키운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부모 심정도 마찬가지다.

마지못해 가는 군대라고 해서 인생에서 무의미한 시간은 결단코 아니다. 군대는 청소년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하는 필수적인 사회화 과정이다. 성장환경 빈부 학벌 등 모든 차이를 떠나 동일한 조건에서 함께 생활하는 가운데 동료애와 질서의식을 터득하고 민주시민으로 거듭나는 관문인 것이다. 그렇기에 군대 경험은 개개인에게 소중한 동시에 사회와 국가에도 귀중한 자산이 된다. 일찍이 프랑스 계몽사상가 루소가 “병사로 복무하는 것은 시민의 의무이며, 이런 조건 하에서만 국가의 방위가 보장된다"고 갈파한 이유다.

한국경제신문과 국방부가 펼치는 ‘1사(社) 1병영’ 캠페인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와 기업이 군을 새롭게 이해하고 적극 지원하는 계기를 마련해 갈 것이다. 군은 민주질서 의식을 갖춘 우수 인재들의 보고요, 국가의 동량인 젊은 군인들은 기업의 미래자산이다. 기업들은 군부대와의 결연이 위문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인 채용으로까지 이어지도록 나서야 한다. 그것이 젊은이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