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해고는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하지만 9개월 일하고 퇴직금으로 미국의 소도시 예산과 맞먹는 1억 달러 이상을 받는다면 얘기가 다르다.

기업평가업체 GMI는 2000년 이후 미국의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퇴직금을 얼마나 받았는지 조사했다. 경제전문 인터넷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GMI 조사를 인용, “퇴직금으로 1억 달러를 받은 CEO가 21명에 달한다”고 16일 보도했다. 이들 중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쳤어도 당초 맺은 계약 조건에 따라 두둑한 돈을 챙긴 사람들도 있다.

미디어그룹 비아컴의 CEO였던 토머스 프레스턴은 회사에서 9개월밖에 근무하지 않았다. 성과를 내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회사는 그에게 1억100만 달러의 퇴직금을 지불했다.

행크 맥킨넬이 글로벌 제약업체 화이자의 CEO로 있는 5년 동안 화이자의 시가총액 1400억달러가 증발했다.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며 실적이 나빠진 탓이다. 하지만 그는 퇴직금으로 2억 달러를 챙겼다.

스탠 오닐 메릴린치 전 CEO는 5년간 회사를 이끌다 2007년 회사에서 쫓겨났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실적 부진과 은행 인수를 독단적으로 추진한 ‘괘씸죄’로 이사회가 해고를 결정한 것이다. 그는 회사를 나오면서 1억6000만 달러를 받았다.

가장 많은 퇴직금을 챙긴 CEO는 잭 웰치다. 20년간 제너럴일렉트릭(GE) CEO를 지낸 뒤 2001년 퇴임하면서 퇴직금으로 4억1800만 달러를 받았다. 그는 회사로부터 매년 900만 달러의 종신연금도 받고 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