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부총재 "유럽 도와줄 돈 없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무슨 돈이 있나. 유럽 각국이 스스로 펀딩해서 자금을 조달하라.” (데이비드 립튼 IMF 부총재·사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유럽 9개국의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강등하면서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립튼 IMF 부총재는 16일 “IMF는 유럽 국가들을 도와줄 만큼 돈이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홍콩 전시컨벤션센터(HKCEC)에서 개막한 ‘제5차 아시아금융포럼(AFF)’에서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끄는 아시아’란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엔 전 세계 32개국 정부 대표와 금융계 최고경영자(CEO), 학자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 포럼의 핵심 주제는 유럽 위기였다. 립튼 부총재는 “추가 조치가 없는 한 자신감을 상실한 유럽 경제가 지속적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유럽이 대규모 펀딩을 벌여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IMF는 유럽 위기가 전이되지 않도록 아시아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립튼 부총재는 올해 세계 경제의 하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당초 IMF가 예측한 4%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립튼 부총재는 특히 “중국 경제가 올해 상당한 속도로 성장하겠지만 성장 속도는 완만하게 느려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IMF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얼마나 하향 조정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IMF는 오는 24일 이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립튼 부총재의 유럽위기 해법과는 180도 다른 의견을 내놨다. 오즈번 장관은 “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IMF가 더 노력해야 한다”며 립튼 부총재와 설전을 벌였다. 그는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IMF가 모든 멤버들을 동등하게 대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유럽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IMF가 더 분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한 대부분의 금융 리더들은 유럽 국가들이 이번 위기를 단기간 내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셸 바르니에 EU 역내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유럽은 연방국가인 미국과 달리 수많은 국가들의 연합체여서 단일 대응책을 내놓기 어렵다”며 “향후 6개월간 다양한 개혁안을 추진하겠지만 너무 많이 기대하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도널드 창 홍콩 행정장관은 “세계 시장이 좋지 않지만 아시아가 완충장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며 “중국의 중산층이 급격히 늘면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