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통합OS 개방…'독자 생태계' 성공할까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제3의 운영체제(OS)’는 무사히 안착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2010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독자 OS 개발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자체 모바일 OS인 ‘바다’와 인텔 보다폰 등과 함께 공동으로 개발 중인 또 다른 OS ‘타이젠’을 통합한 뒤 외부에 개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구상대로라면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에 버금가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이 등장하게 된다.

업계는 삼성의 이 같은 움직임이 안드로이드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자사를 중심으로 한 또 다른 스마트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원대한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성공 여부는 삼성 스스로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복잡한 협력·경쟁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복합 견제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여기에다 삼성이 휴대폰과 TV 분야에서 글로벌 톱의 위상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소프트웨어 역량이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과연 삼성의 우산 아래 얼마나 많은 업체들이 결집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삼성은 일단 통합 OS의 확장성을 위해 차세대 웹 표준 언어인 ‘HTML5’를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 언어로 채택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스마트TV 등 다른 스마트 기기와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어 글로벌 전자업체들과 이통사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2010년 첫선을 보인 모바일용 OS ‘바다’가 범용성을 입증하는 데 성공할 경우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최신 버전인 ‘바다 3.0’과 이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3’를 공개해놓은 상태다. 지난해 웨이브폰 판매량은 1000만대로 윈도폰보다 많았다.

확보한 앱 수도 2만5000개에 달해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내부 평가다.

여기에 바다와 통합하게 될 ‘타이젠’의 경우 이미 다양한 외부 업체들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 OS는 삼성전자가 2007년부터 보다폰 NTT도코모 등 이통사들과 함께 개발하고 있던 ‘리모(LiMo)’ OS를 근간으로 지난해 9월 인텔과 새로 제휴를 맺고 개발에 나선 것이다. 인텔 ARM 등 칩셋 업체뿐만 아니라 아수스 에이서 등 하드웨어 제조업체들도 폭넓게 참여하고 있다. 지난 10일 처음으로 OS의 설계도인 ‘소스코드’를 공개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적인 휴대폰 업체 HTC도 참가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의 의도대로 진행될 경우 삼성 제품의 안드로이드 의존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리모 재단 관계자는 “안드로이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독자 OS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구글과의 협력관계 때문에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합된 새 OS는 타이젠과 마찬가지로 앱 개발 표준 언어로 차세대 웹 규격인 ‘HTML5’를 채택한다. HTML5는 인터넷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쓰이는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존 HTML과 달리 복잡한 앱까지 작성이 가능하다. 기기 종류와 OS에 상관없이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