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 후 7년째 고시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이모씨(31). 그는 “취직하려고 해도 나이 때문에 받아줄 곳이 별로 없을 것 같아 고시 공부를 그만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보면 이씨는 ‘실업자’다. 하지만 통계청 기준으로는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다. 통계청은 실업자를 분류할 때 △조사 시점 직전의 한 주 동안 1시간 이상 일하지 않았고 △직전 4주 동안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하지 않았고 △직전 한 주에 일이 주어졌다면 즉시 취업이 가능한 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커지는 실업률 괴리감

2011년 통계청 실업률 3.4%…실제는 11.3%
정부의 실업자 통계가 국민들이 느끼는 취업난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공식 실업률은 2003년 3.6%에서 지난해 3.4%로 낮아졌다. 선진국에서는 이 정도면 사실상 ‘완전 고용’으로 정부 차원의 일자리 대책이 필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이 공식 실업자에 구직 단념자와 취업 준비자, 취업 무관심자를 포함해 계산한 실질 실업률은 이 기간 9.7%에서 11.3%로 높아졌다. 공식 실업률과 실질 실업률의 격차가 2.9배에서 3.6배로 벌어졌다. 지난해 실질 실업자 수는 309만4000명으로 통계청의 공식 실업자 수(85만5000명)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실업자의 범위를 좁혀도 추세는 변함이 없다. 공식 실업자에 구직 단념자만 포함한 ‘협의의 실질 실업률’은 이 기간 4.7%에서 5.6%로 높아졌다.

연령별로 지난해 실질 실업률을 보면 청년층(15~29세)이 21.9%로 가장 높다. 이어 60대 이상(13.9%), 50대(9.8%), 30대(8.8%), 40대(6.6%) 순이다. 반면 공식 실업률은 청년층이 7.6%에 불과하고 30대는 3.4%, 나머지 연령대는 2%대에 그친다.

◆구직 단념자·취업 준비자 급증

공식 실업률과 실질 실업률의 격차가 커진 가장 큰 이유는 실업 통계에서 빠지는 구직 단념자와 취업 준비자가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2003년 60만2000명이던 구직 단념자 또는 취업 준비자는 지난해 108만3000명으로 80%가량 늘었다. 반면 공식 실업자는 2003년(81만8000명)이나 지난해(85만5000명)나 별 차이가 없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전에는 고시 등 공무원 시험 열풍으로 취업 준비자가 급속히 늘었고 금융위기 후에는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구직 단념자가 빠르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연령별로 보면 30~40대 실질 실업자 수가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30대 실질 실업자 수는 2003년 44만2000명에서 지난해 55만8000명으로 26.2% 늘었다. 40대는 38만9000명에서 46만5000명으로 19.5% 증가했다. 청년층(9.9%)보다 2배가량 빠르다.

◆실질 실업률 손 놓은 정부

정부는 공식 실업률과 실질 실업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지난해 1월 ‘취업애로계층’ 통계를 발표한 적이 있다. 공식 실업자에 구직 단념자와 추가 취업 희망자를 더해 산출했다. 하지만 딱 한 번뿐이었다. 국제 기준과 다른 실업 통계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로 이후 내부 집계만 할 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 실업률과 동떨어진 공식 실업률은 정부 일자리 대책의 현실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미국처럼 다양한 보조 지표를 개발해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국제 기준에 따른 공식 실업률(U3)을 포함해 U1부터 U6까지 다양한 보조 지표를 개발해 공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현대경제연구원은 매달 실질 실업자와 실질 실업률 통계를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