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새는 자기 길을 안다
새는 자기 길을 안다


김종해

하늘에 길이 있다는 것을
새들이 먼저 안다
하늘에 길을 내며 날던 새는
길을 또한 지운다
새들이 하늘 높이 길을 내지 않는 것은
그 위에 별들이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에 난 길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흔적도 없습니다. 그 길은 창공에 번뜩이는 찰나의 직선이자 영원의 곡선.

아무도 가 보지 않은 미지의 공간에 새들이 길을 내고 스스로 지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위에 별들이 가는 길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생의 여백 위에 새로운 길을 다시 내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하늘이 넓고 깊은 까닭도 날마다 제 몸을 비워 거듭 태어나기 위한 것. 낮과 밤이 바뀔 때마다, 해가 뜨고 질 때마다, 새들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그 곳에선 언제나 빛의 깃털들이 새롭게 반짝입니다. 그 위로 난 별들의 길에서 또 다른 상상의 나래를 발견하는 순간, 우리는 별을 물고 날아오르는 한 마리 새처럼 순백의 도화지에 새로운 선을 긋는 우주의 날개가 됩니다.

고두현 문화부장·시인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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