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전업 투자자문사와 유사 투자자문사의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2009년 시작된 자문형랩 열풍을 타고 ‘일단 등록부터 하고 보자’는 업계 인식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최근 정치 관련주를 포함한 테마주에 ‘이름만’ 자문사들이 연루돼 불공정거래의 온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영업실적 미미한 자문사 강제 퇴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2일 “자문사는 운용인력과 자본금 등 일정 요건만 갖추면 설립이 가능하다”며 “자문형랩의 인기를 바탕으로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자문사 중 사실상 방치된 곳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등록 취소 대상에 오른 10여개사는 자문사 문패만 달고 있다. 영업실적이 거의 없는 것은 물론 최근 6개월간 감독당국에 영업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자문사 중 상당수는 초기자금 유치에 실패하면서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있다. 자문사 상위 10개(17조6000억원)가 전체 계약액(27조4000억원)의 64%를 차지할 정도로 업계 내 쏠림이 심화된 탓이다.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이들에 대해 등록취소 제재를 결정하면 청문 절차와 청문조서 열람, 관보 게재 등을 거쳐 금융위원회의 최종 등록 취소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시장 진입만 허용해 왔는데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선 등록만큼 퇴출도 중요하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유사 자문사도 정리

581개에 이르는 유사 투자자문사에 대한 구조조정도 실시된다. 이들은 금융위원회에 등록하지 않은 회사들로 자문사인양 버젓이 영업하고 있다. 이들은 ‘대박주 발굴’ ‘테마주 열전’ 등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특정 종목을 소개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정치 테마주도 이들에 의해 소문이 증폭됐다고 감독당국은 보고 있다. 그런 만큼 이들을 정리해 증시 건전성을 해치는 루머를 차단하겠다는 판단이다.

전업 투자자문사에 대한 추가 구조조정도 예고되고 있다. 작년 상반기(4~9월) 기준 자문사 10개 중 6개가 적자를 내는 등 자문사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사는 업무 단위에 따라 5억~20억원의 설립 자본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누적 손실로 인해 자기자본이 최소 자본금의 70% 미만으로 떨어지면 1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퇴출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최근과 같은 경영난이 이어지면 내년 3월에는 증자를 하거나 등록을 반납해야 하는 자문사가 다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1년 상반기 자문사 순이익이 13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3.1%(236억원) 급감했다. 전체의 62%는 적자를 기록했다.

서정환/좌동욱 기자 ceoseo@hankyung.com